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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Oct 07. 2023

16.분리양육 중인 초6 아들과 남친의 쿨한 만남

너무 쿨해서 내가 더 당황.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거리감을 안느끼는 자녀가 62.1%! 아이들은 의외로 잘 받아들인다.

아이 양육문제로 일부러 여수로 발령받아 갔던 나는 이혼이 결정되고 미련 없이 떠났다.

사실 아들을 생각하면 여수에 계속 있는 게 맞았는데, 나에게 전혀 연고지 없는 시댁인 여수로 이사 간 후로 좋았던 기억이 없다 보니, 거기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냥 떠나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2014년부터 분리양육 중인 아들은 면접교섭을 2주에 한 번씩 1박 2일로 7년여간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췄다가 다시 보기 시작한 후부터는 3주에 한 번씩 보고 있는 중이다.


3조2교대로 근무 중이라 면교 때마다 직원들과 근무를 바꾸는 게 어려워지는 문화가 되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체력이 딸렸다.

솔직히 이혼할 당시에는 이렇게 길게 분리양육을 하게 될 줄 생각못했다.

상대 쪽에서도 11살 즈음에는 데려가라고 하기도 했었고, 나는 그보다 더 먼저 아이가 나랑 산다고 할 줄 알았다.

아빠는 부산 인근에서 따로 살고 아들만 여수에서 친조부모와 살고 있는 거라 그때는 어려서 그렇지 조금만 더 크면 엄마인 나를 따라올 줄 알았다.


그렇게 2주에 한 번씩 장거리 운전을 반복하며 눈물을 쏟아내며 면접교섭을 했다.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 시간 동안 꾸준히 면접교접을 해낸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예상과 다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과 친할머니의 애정은 더욱 끈끈해져 내가 끼어들 틈이 없어졌고, 나중에는 아들이 할머니한테 자기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책임감까지 생겼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내게 그나마 위안이 된 건 아들이 매번 면접교섭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엄마를 만나면 평소 해보지 못했던 도시 문화를 접하고 여러 체험들을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아들이 나를 만나좋아하는 것에 감사하며 시간이 흘렀다.


내가 맨날 야간 근무에 강행군 데이트로 힘들어하니 도와주고 싶다고 해서 감사히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남편과 같이 아들을 데리러 여수로 갔다.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내심 아들 반응이 걱정됐다.


- 무슨 사이라고 말하지?

- 아들이 싫어하면 어떡하지?

- 괜찮을까?'


그런데 아들의 반응은 너무 쿨했다.

그냥 엄마 친구인가 보다 한 것 같다;;;

딸은 조금 낯설어하고 경계하는 태도라도 보였는데, 아들은 진짜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얼른 와이파이 연결해서 게임할 생각만 하는 듯했다.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대충 꾸벅 목례를 하고는  당연하게 조수석에 타는 아들을 보며 우리는 황당해하며 웃었다.

그렇게 운전석에는 남편이 뒷좌석에는 내가 앉았다.


남편은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며 잘 생겼다고 칭찬을 하면서 아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인 게임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은 신이 나서 대답을 하며 아저씨와 대화를 시작했다.

걱정이 무색하게 부산까지 오는 길이 평화로웠다.

오히려 더 좋았다.

평소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근황 이야기를 몇십분쯤 하다가 금세 게임이나 유튜브를 본다고 입을 다물었는데, 남편과 아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아들이 폰을 보지도 않고 이야기하며 부산까지 와서, 아들이 먹고 싶다는 스테이크까지 같이 먹고 헤어졌다.


그다음부터도 아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엄마가 아저씨와 결혼한다는 소식에도,

자기는 아저씨 재밌어서 좋다며 괜찮다고 했다.

허허허

참 싱거운 만남이었다.


어쩌면 첫 만남에 용돈 5만원을 줘서 그런 걸 수도;;;

역시 딸에 이어 물질만능인 걸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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