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하려는 엄마를 가진 딸의 마음 헤어리기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순조롭게 상견례 날짜가 정해졌다.
만난 지 약 8개월 만의 일이었다.
남편 쪽 가족은 단출했다.
아버님, 어버님, 남편.
반면 우리 쪽은 좀 많았다.
엄마, 나, 딸, 오빠, 남동생.
오빠와 남동생은 모두 미혼이라 딸린 식구는 없었다.
자식 셋 중에 딸인 나만 2번이나 결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었다.
결혼을 해야겠는 40살 즈음인 오빠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고,
그냥 연애나 하고 혼자 살아도 될 것 같은 애 딸린 이혼녀인 딸은 자꾸 결혼한다고 설치니 엄마 속이 말이 아니었을 것 같긴 하다.
아들은 면접교섭 일정이 안 맞아 못 데리고 갔다.
그게 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상견례는 엄청나게 어색하고 침묵 속에 이뤄졌지만 그래도 큰 문제없이 끝이 났다.
뭐 이미 각자 서로 맘에 드는 상태에서 하는 재혼이라 주고받을 것도 없이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는 상태여서 그냥 얼굴 보고 밥 먹자는 수준이었다.
조금 걱정되었던 건 딸이었다.
상견례 전부터 자기가 왜 가야 하냐며 가기 싫다고 투덜댔다.
그래서 왜 싫은지 구체적인 불만을 찾으려고 이런저런 질문을 했지만 그런 곳에 가야 하는 것 자체가 싫은 듯했다.
아저씨가 싫어서 그러냐고 만약 그러면 엄마도 고려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건 또 아니란다.
그리고 만약 자기가 싫다 해도 뭐 엄마 맘대로 할 거 아니냐면서 불평을 했다.
그건 아니라고 네가 정말 싫다면 엄마도 당연히 생각을 바꿀 거다.
엄마는 네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싫은 건지 알고 싶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고 싶다.
너도 행복하고 엄마도 행복한 방법이 분명 있을 거라고 했다.
딸은 그 말을 듣고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아저씨가 싫은 건 아니고 자기도 엄마가 행복해지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사춘기가 온 듯한 딸이 그냥 친구들과 다른 뭔가 이상한 이 상황이 그저 싫은가 보다고 짐작했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저 이혼한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만 들 뿐이었다.
그러다 결국은 상견례가 끝나고 차를 타려는데 딸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왜 우냐고 달래면서 어떤 마음인지 알아보려 노력했는데,
딸 스스로도 자기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평소에도 잘 우는 딸이었다.
어떤 마음인지 짐작이 가서 꼭 안아주며 다독여주었다.
남들은 겪지 않아도 될 경험을 하게 해서 너무 미안했다.
어쩌면 막상 상견례를 하고 나니 엄마를 아저씨한테 뺏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냥 모든 게 다 짜증 났을 수도 있고.
그 복잡한 심정을 내가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안아주고 달래주는 것이었다.
엄마는 너를 제일 사랑한다고.
너보다 더 소중한 건 이 세상에 없다고.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건 너무 미안하다고.
되풀이해서 말해주니 다행히 딸도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금방 진정이 되었다.
용돈도 받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이쁨도 잔뜩 받았지만 이런 낯선 경험이 딸에게 참 어려웠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