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대한 5가지 미스터리

ESG라는 거대한 성(城), 그 속이 비어있는 이유

by 황정환 김앤장

우리는 ESG가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업의 목적과 이익을 일치시키고, 전략에 윤리를 내재화하며, 모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대 속에 많은 것을 해왔습니다. 지속가능경영팀, ESG 위원회, 녹색 채권, 다양성 목표, 공급망 행동규범, 그리고 수많은 공시 프레임워크들까지.


하지만 의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ESG가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려 노력하면 할수록, 정작 핵심적인 질문들은 답을 찾지 못한 채 남겨졌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이것을 하는가? 그리고 정확한 성과는 무엇인가?”


오늘날 ESG는 많은 기업들이 수행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마치 명분을 찾아 헤매는 거대한 ‘의식’과도 같습니다. 이 글은 ESG의 핵심에 자리 잡은 구조적 혼란, 형식적일 수 있는 인센티브, 그리고 단절을 보여주는 5가지 ‘미스터리’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 미스터리들은 이론적인 것이 아닙니다. 수 년간 다양한 현장에서 목격한 실제 상황들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단순히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아닙니다. 지금은 ‘변화’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신호입니다.




미스터리 #1: 수년간 ESG를 해왔지만, 여전히 그것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


수많은 이사회에서 ESG는 이제 정기 안건이 되었습니다. ESG 위원회가 설립되고, 담당 임원이 임명되며, 매년 두꺼운 ESG 보고서가 발간됩니다. 하지만 “ESG란 무엇입니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경영진은 머뭇거립니다. 대답이 종종 개념들이 섞인 형태인 듯 합니다.


“기후에 관한 것이거나, 윤리, 아니면 투자자 등급 같은 것 아닐까요?”


이는 단순한 소통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적인 문제인 듯 합니다. 애초에 ESG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요인을 선별하기 위한 분류 논리에서 탄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평가 중심’의 기원이 기업 전략에 그대로 이식되었습니다. ESG는 모든 것을 지칭하는 라벨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목적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듯 합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기업은 ESG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핵심적인 지속가능성 이슈들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노동 권리, 에너지 효율, 반부패 등은 ESG가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외부의 ESG 프레임워크 하에 재명명되고 재구조화되면서, 운영상의 명확성을 잃어버렸습니다. ESG는 실제 비즈니스 기능 위에 더해진 추상적인 개념이 되어버렸고,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과는 단절되었습니다.


이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흔한 현장의 현실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ESG를 ‘하는’ 기업들이 정작 그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 직원들조차 공감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적합성’이 아닌 ‘평가’를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THOUGHT LEADERSHIP : ESG를 분리하고 개별 주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후 회복탄력성, 노동 관행, 데이터 거버넌스, 공급망 투명성 등 실제로 중요한 주제들로 다시 분리해야 할 듯 합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리스크와 기회에 직면한 곳에 집중해야 합니다. ESG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우리가 이미 하고 있던 일들이었습니다. 라벨 붙이기를 멈추고, 통합을 시작해야 해야 합니다.


미스터리 #2: ESG 등급은 훌륭한데, 자본 시장은 잘 신경 쓰지 않는다


매년 기업들은 ESG 등급이 오르면 일단 '기분'이 좋습니다. MSCI 등급이 BBB에서 A로 상승하거나, Sustainalytics에서 상위 백분위 배지를 받으면 말입니다. 하지만 닫힌 문 뒤에서 CFO들은 차가운 현실을 마주합니다. 대출 기관은 여전히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합니다. 채권 가격은 변하지 않고,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ESG 점수에 대해 잘 묻지 않는 듯 합니다. ESG 등급은 마치 ‘텅 빈 극장에서의 박수갈채’처럼 느껴집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ESG 등급과 신용 등급은 서로 다른 우주를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신용 등급은 감사받은 재무제표, 현금 흐름, 부채 비율 등을 바탕으로 부도 가능성을 평가합니다. 반면 ESG 점수는 상이한 방법론, 충분하지 않은 데이터, 그리고 결과보다는 공개된 정보를 사용하여 비재무적 리스크 노출도를 평가합니다. 하나는 과거를 보고, 다른 하나는 미래를 보는데 그마저도 추측에 의존하는 듯 합니다.


이론적으로 ESG 우수성은 자본 비용 감소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연결고리가 약합니다. 학계 등의 많은 연구에 따르면, ESG 점수와 자본 비용 간의 상관관계는 낮습니다. 심지어 평가 기관마다 점수가 갈리기도 합니다. 한 기관에서는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된 곳이 다른 곳에서는 최고 등급을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괴리는 경영진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들이 ESG에 투자하는 이유는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더 나은 자금 조달, 리스크 관리, 회복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그 어떤 것도 실현되지 않을 때 좌절감은 커집니다. ESG 라벨은 비즈니스 이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처뿐인 영광’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THOUGHT LEADERSHIP : ESG를 개선해야 할 ‘점수’가 아니라 내재화해야 할 ‘시스템’으로 대하십시오.

자본 시장이 ESG 점수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구조화된 행동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기후 리스크가 자산 손상 검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노동 이슈가 법적 충당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거버넌스 통제가 전사적 리스크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ESG 등급을 쫓지 말고, ESG 논리를 재무적 언어에 통합이 필요합니다.


미스터리 #3: 우리는 ESG와 가치를 계속 연결 짓지만, 증명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전략 보고서에는 “ESG는 장기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주주 서한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의 조화를 약속하고, 컨설턴트들은 ESG를 성장 동력으로 지목합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불편한 진실이 남아 있습니다. 아무도 그 연결고리를 일관되게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도 엇갈립니다. 한 미국대학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ESG 요소 중 일부만이 재무 성과와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그마저도 지역, 섹터, 기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어떤 ESG 이니셔티브는 비용을 절감하지만, 어떤 것은 비용만 드는 방해 요소가 됩니다. 재활용 프로그램은 마진을 높일 수 있지만, 모호한 사회적 형평성 이니셔티브는 측정 가능한 수익 없이 자원만 소모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ESG가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 가치가 종종 간접적이거나, 지연되어 나타나거나, 소음에 가려진다는 점입니다. ESG에는 표준화된 핵심성과지표(KPI), 통일된 기간, 명확한 귀속 경로가 부족합니다. 재무팀은 분기별로 성과를 정량화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반면 ESG는 도덕적 또는 평판적 동기를 가지고 다년단위로 작동합니다. 결과적으로 ‘구조적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더 아쉬운 것은 기업들이 종종 ‘ESG 활동’을 ‘가치 창출’과 혼동한다는 점입니다.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한다고 해서 인재 유지율이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 리스크 지도를 공개한다고 해서 운영 회복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메시지가 아니라 ‘측정’이 가치 대화의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THOUGHT LEADERSHIP : 스토리에서 수치로 이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치를 주장만 하지 말고 모델링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3~5가지 ESG 요소를 식별하고, 이를 매출 보호, 비용 회피, 리스크 완화와 같은 측정 가능한 결과와 연결해야 합니다. 재무적 연관성이 있는 내부 KPI를 개발해야 합니다. 완벽한 데이터를 기다리지 말고, 불완전하더라도 유용한 대리 변수부터 시작하십시오. ESG 가치는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스터리 #4: 우리는 ESG 보고서를 발간하지만, 내부에서는 거의 읽히지 않는다


매년 6월경이면 기업들은 목표, 성과, GRI 또는 SASB 지표로 가득 찬 이쁘게 디자인된 ESG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중간 관리자, 현장 팀, 심지어 사업부 리더들에게 그 내용을 물어보면,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가 이런 것을 했나?"


왜 그럴까요? ESG 보고서는 단지 내부용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평가 기관, 규제 당국 등 외부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언어는 추상적이고, 지표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실제 일상 업무와의 연관성은 많은 경우가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단절은 더 깊은 문제를 드러냅니다. ESG 보고가 ‘비지니스 활동’이 아닌 ‘이벤트’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종종 고립되어 있는 지속가능경영팀은 수십 개 부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서사를 기획한 뒤, 이를 발표합니다. 하지만 공시 주기가 끝나면 아마도 그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챙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피드백 루프, 운영 시스템으로의 실질적 통합, 그리고 공동의 책임의식도 부족한 듯 합니다.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큰 점은, ESG 등급이 높은 많은 기업조차 ESG가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ESG는 의사결정이 아니라 보고서 속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외부인에게는 읽히지만 받지만, 내부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THOUGHT LEADERSHIP : ESG 보고를 ‘ESG 오너십’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기업내 사업부가 자신의 업무가 공시 내용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해야 합니다. ESG KPI를 인사 고과와 연계하고, 보고서를 PR이 아닌 전략 기획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보고서에서 책임으로 전환하여, ESG를 다시 비즈니스 안으로 가져오도록 해야 합니다.


미스터리 #5: 녹색 금융은 ‘Green’을 사랑하지만, 넷제로는 ‘Brown’을 필요로 한다


넷제로는 우리 시대의 결정적인 목표입니다. 정부, 투자자, 기업들은 2050년, 혹은 그 이전에 과감한 탈탄소화를 이루겠다고 서약했습니다. 수조 달러의 자본이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역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저탄소 섹터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전환이 가장 시급한 최대 배출원들은 배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철강, 시멘트, 항공, 석유 및 가스. 이 산업들은 탄소 집약적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필수적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변하지 않으면 세계는 넷제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ESG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브라운’ 섹터를 녹색 금융 적격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그 결과, 가장 시급하게 변화해야 할 기업들이 자본으로부터 외면당합니다.


이는 도덕적 해이를 낳습니다. 이미 저탄소인 기업들에게는 보상을 주면서, 혁신하고 설비를 개조하고 진화해야 하는 ‘감축이 어려운’ 섹터는 굶주리게 만듭니다. 이에 대응하여 새로운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EU는 분류체계를 재정의하여 ‘전환 활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명확한 탈탄소 로드맵을 가진 고배출 섹터에 자금을 지원하는 ‘전환 금융’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은행들은 이분법적인 ESG 스크리닝에서 벗어나 섹터별 관여로 조용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방식은 더 빠르게 바뀌어야 합니다. 지속가능성은 ‘순수성’이 아니라 ‘궤적’에 관한 것입니다. 탄소 집약적 섹터의 신뢰할 수 있는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이미 친환경적인 승자들에게 돈을 더 얹어주는 것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THOUGHT LEADERSHIP : 자본 배분의 렌즈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단순히 “이것은 녹색인가?”라고 묻지 말고, “이것이 더 녹색이 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고배출 비지니스 파트너 및 사업부와 협력하여 과학 기반의 감축 경로를 설정합니다. 단순한 평판 관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자본을 제공합니다. 넷제로는 시스템적인 목표입니다. 그리고 시스템은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를 배제해서는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결론: 유행에서 현실로—ESG는 진화해야 합니다.


ESG는 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ESG를 실행하는 방식은 수명을 다했을지도 모릅니다. 5가지 미스터리는 더 깊은 문제를 드러냅니다. ESG가 본래의 목적에서 표류했다는 것입니다. 점수, 상징, 선언문을 찾느라 우리는 실제 지속가능성—즉, 중대 리스크, 거버넌스 구조,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과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린 듯 합니다.


이제는 ESG는 ‘묶음(Bundles)’에서 ‘구성 요소(Building Blocks)’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연치보고서에서 실시간 적합성으로, 라벨로서의 ESG에서 시스템으로서의 지속가능성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ESG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분리해야 합니다. 다시 연결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재화해야 합니다.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전략, 재무, 운영을 위한 인프라로서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 작업은 애초에 ESG에 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기업,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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