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스크를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마스크 바르게 잘 쓰고 다녀라."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차례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마스크를 워낙 많이 보다 보니, 학생도 어른도 마스크 착용한 모습을 보면 이제 어느 정도 개인의 성향을 짐작하게 되기도 한다. MBTI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전문적인 성향 분석 지표가 있지만, 나에겐 요즘 마스크와 관련된 개인의 성향이 재미난 이슈이기도 하여 적당히 나열해보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므로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1. KF94 흰색 마스크 : 가장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 눈이 동그랗고 예쁜 경우엔 kf94 덕분에 미모가 좀 더 빛나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 얼굴이 긴 편이거나 하관이 각진 사람, 입이 돌출되거나 치열이 고르지 못한 사람, 웃을 때 잇몸이 많이 보이는 경우 등 나름의 위크 포인트가 있는 경우 kf94 덕분에 미남미녀로 재조명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지켜야 하는 규범과 제도권 내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고, 남들이 하는 정도로 적당히 잘 유지하면서 대세를 따르는 사람의 형태가 많아 보인다.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 필요성을 잘 느끼고, 마스크의 필터링 기능도 적절히 인지하는 사람이겠고, 몇 날 며칠 사용하지 않고 지저분해지면 잘 버린다. 버려진 마스크 끈에 새들의 발이 묶이는 등 야생 동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기사를 본 이후 마스크 끈을 친절하게 잘라내고 버리는 사람도 제법 있다. 포장된 일회용 대형 사이즈를 선호하고, 수량을 체크해서 떨어지기 전에 구입도 해둔다. 규칙을 잘 따르기 때문에 코로나에 특별히 일탈 행위를 한 적도 별로 없다. 무난한 스타일!
2. 새부리형 Kf94: 1번의 케이스와 거의 같은 유형이지만, 나름의 개성이 돋보이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되겠다. KF94의 필터링 기능은 동일하지만, 일반 마스크처럼 볼과 입 주변까지 밀착되는 것이 불편하여 찾다 보니 새부리형에 정착한 사람들 부류가 있겠다. 반대로 얼굴이 작아서 일반 마스크가 너무 큰 경우 새부리 중형을 구입하기도 하고, 얼굴이 커서 일반 마스크가 너무 밀착되는 경우 새부리 대형이나 특대형을 구입하여 얼굴에서 마스크를 조금 떼어놓는 효과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입 주변에 마스크 재질이 밀착되는 것도 싫고, 말할 때 공간이 부족한 것도 싫어서 볼과 귀에 밀착력은 있지만 입 주변이 편안한 새부리형을 찾는다. 입 주변 공간이 있기 때문에 직업상 성격상 말을 많이 하게 되는 사람이 찾기도 하고, 새부리형은 턱스크를 하기 불편한 형태이기 때문에 착용한 이후 마스크를 거의 벗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능적인 부분은 그대로 가져가되 나에게 적합한 스타일을 찾아내는 엣지 있는 센스쟁이 스타일!
3. KF94이지만 파스텔 톤의 유색인 경우, 4단 접이식 등 : 1,2번의 기조와 기능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건 싫은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 되겠다. 기본 형태는 동일하지만 끈의 길이나 마스크의 윗 절개라인, 접이식의 경우 3단인지 4단인지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경우이다. 끈이 너무 조이면 두통이 생길 것 같고, 절개라인이 아래로 오목할 경우 볼살 라인이 생겨 눈주름까지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평범한 흰 마스크는 싫고, 핑크나 회색 파스텔톤 색상으로 나름의 멋을 부리는데, 사실 보는 이도 늘 흰색 마스크만 보다가 핑크 회색 하늘색 마스크를 보면 후레쉬해보이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의상 매치에 감각이 있고, 꼭 필요한 마스크이지만 센스 있다 예쁘다 등의 반응을 원하기도 한다. 예쁜 마스크를 알아보고 칭찬하면 기분이 좋아져 자신의 파스텔톤 마스크를 선물하기도 하는 등 다정하고 통통 튀는 스타일! 가끔은 성능보다 마스크의 색상과 디자인에 치중하여 비말 차단용 AD마스크를 KF94로 오인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치밀하지는 못하다!
4. KF94이지만, 블랙 마스크만 고집하는 경우: 때 타는 게 싫어 늘 같은 검정 마스크만 오래 쓰는 경우도 있다. 물건을 취급하는 일이나 배달 등 업무상 쉽게 때 타는 흰 마스크가 부담스러운 직업군의 사람은 검은색 마스크를 선호한다. 그 외 늘 검정 마스크만 쓰는 자는 바로 사춘기 중고딩 남학생. 최대한 큰 사이즈의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잔뜩 가리고 검은 패딩을 입고 앞머리를 내려 얼굴을 가리고 길을 걷거나 수업 중엔 잠을 자는 경우. 어찌할 수 없도다. 청소년의 경우 집에 블랙 마스크가 여분이 없을 땐 짜증을 내기도 하고, 미리 사다 놓지 않은 보호자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업무상 블랙을 고수하는 파 이외에 청소년인 경우에는 웬만하면 준비해주고 넘어가길 바란다. 급발진 전문가 사춘기 청소년을 건들 필요가 뭬있으랴!
5. 덴탈 마스크: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업무상 마스크를 쓰는 경우에도 거의 얇은 덴탈 마스크 하나면 충분했다. 수술장, 치과, 중환자실, 내과계 병동 등에서도 덴탈 마스크를 사용했고, 비말 감염을 차단하고 보호하는 용도로는 충분했다. 100개 박스당 얼마, 50개당 얼마, 병동이나 의원 단위에서는 장당 10원 미만으로 몇 천장씩 구비하던 그 흔한 덴탈 마스크를 장당 5백 원쯤에 거래가 되기도 했으니... 역병 앞에 할 수 있는 건 뭐든 했어야 했던 시기였다. 덴탈은 주름 방향이 아래로 향하게 만들어져 있다. 땀방울을 비롯하여 오염물질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말이다. 그것을 정확히 지킬 필요는 없지만, 아는 사람 눈에는 다소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주름의 방향보다 제대로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니 그것은 각설하고, 요즘은 입 주면에 마스크가 덜 붙게끔 제작되어 윗부분은 아래로 향하고 아랫부분은 위로 향하여 입 앞의 공간을 확보해준 똑똑한 덴탈 마스크도 본 적이 있다. 흰색, 하늘색, 연두색 등이 있고 대체로 얇고 성능은 약하니 오래 쓰지 않길 바란다.
*덴탈 A타입: 덴탈 마스크를 즐겨 쓰는 사람은 KF94 한 장으로 하루 종일 쓰는 사람보다는 한결 더 깔끔한 이유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지저분해질 때마다 또 외출할 때마다 바꿔가며 쓰는 경우가 많다. 마스크 안에 비말이 묻어 냄새가 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마스크 외부에 뭔가 묻거나 보풀이 나는 것도 참지 못하여 얼른 새것으로 바꾼다. 땀을 자주 흘리거나 마스크를 자주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이물질이 묻게 되는 것도 싫어하는 성향일 수 있다. 덴탈 마스크를 이렇게 위생적으로 깨끗이 사용하는 경우라면 대체로 책상 위나 집안도 잘 정돈되어 있고, 개인의 위생상태도 양호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호기심 가득한 경우 덴탈 마스크의 단면을 가위로 잘라 그 안에 필터가 잘 들어가있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단, 깔끔하여 자주 바꿔가며 착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만약 의료진이 아닌 경우 하루에 5개 이상 사용한다면 결벽증을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덴탈 B타입: KF94는 갑갑해서 싫고, 새부리형은 조여서 싫다. 가볍고 저렴한 덴탈 마스크가 좋은데, 관리가 부족한 유형도 있다. 위의 A타입과 비교하면 극과 극 스타일! 다소 게으르고 대충! 자주 갈아가며 사용해야 할 덴탈 마스크를 너무 진득하니 오래 쓰는 사람으로 감염병 확산에 그다지 덜 민감한 스타일일 수 있다. 손으로 자주 집어 내리고 올려 턱스크나 코스크를 하는 경우도 있어 덴탈 마스크 표면에 보풀이 일기도 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신경 쓰지도 바꾸지도 않는다. 내가 벗어둔 것인지 아들이 벗어둔 것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 그럴 때 비로소 마스크를 집어 안팎을 살펴본 후 냄새로 평가하여 냄새가 심하지 않으면 가족 중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한 번 더 쓰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다소 게으르고 위생관념이 살짝 부족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6. 스포츠형 마스크: 판촉용으로 제작된 물품이거나 스포츠 회사의 상표가 부착된 경우도 있다. 회사나 학교 등에서 단체로 마크를 찍어 배부한 마스크도 있는데 주로 신축성이 있는 천 재질의 흰색이나 검은색 마스크가 되겠다. 여러 번 빨아서 쓸 수 있고 비말 차단은 덴탈과 비슷하겠지만, 미세 먼지나 바이러스까지 잡아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쓴다.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빨아쓸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다. 새것 쓰고 버리고 또 새것을 쓰는 걸 싫어하거나 귀찮아서 천 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많다. 마스크에 찍힌 회사나 단체에 대해 누가 질문하면 자신의 소속감을 드러내며 신나게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7. 꽃무늬 마스크: 화려한 잔 꽃무늬가 가득한 예쁜 마스크. 평소 손재주가 많거나 아기자기한 물건에 관심이 많은 아주머니들이 뜨개질, 자수, 면생리대 만들기, 퀼트 등을 꾸준히 해오시다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 만들기로 손길을 돌린 경우도 있겠다. 버버리 스타일의 무늬부터 화사한 잔꽃무늬까지 색감이 다채롭고 화려하다. 마찬가지로 세척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좋고, 안에 필터를 넣어서 쓰는 분들도 많다. 처음 몇 번은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져 잘 착용했지만 다양한 손재주와 다채로운 취미 생활의 경력 탓인지 싫증도 쉽게 내는 스타일! 더욱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더 좋은 스타일을 만들어보고자 구상도 하지만 이내 덴탈 마스크나 일반 KF94를 사용하는 것으로 절충하기도 한다. 자매품> 뜨개질로 만든 꽃무늬 마스크 목걸이도 함께!
8. 코스크, 턱스크 : 대체로 무심하고 급한 성격. 뭐든 대충대충인 털털이 스타일. 청소년의 경우 비비가 묻거나 피부 트러블 때문에 살짝 내려서 착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기저에는 어쨌든 좀 적당히 적당한 성격의 소유자가 많았다. 비말과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쓰는 것이 마스크인데 정작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마스크를 내리고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해내는 스타일! 마스크 자체가 좀 헐거워서 연신 마스크를 올려가며 착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꼼꼼하고 매우 청결한 스타일의 사람들은 그 행위 자체를 보면 극혐, 기함하게 된다. 내려쓰고 걸쳐 쓰지 말고 올려 쓰고 바르게 쓰기!
9. 마스크 고리로 조아 매는 걸이 마스크: 마스크 줄이 헐거워서 흘러내리는 것이 신경 쓰이는 사람들 중에 마스크 걸이를 이용하여 조아 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많지 않고 그만큼 예민한 스타일인 것 같다. 반대로 마스크 줄이 너무 조여서 그 걸이를 이용하여 몇 cm의 여유를 찾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줄이 머리를 조이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은 센스티브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 같았다. 바짓단 2cm 소맷단 2.5cm 줄이고 좁혀서 입는 사람들처럼 마스크계에도 자신의 두상에 맞게 동여 메거나 일정한 여유를 두기를 고집하는 이들! 완벽주의자! 사람들이 그 고리에 대해 질문해도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므로 대수롭지 않다. 나는 나!
10. 무늬만 마스크: 상황이 이러니 쓰긴 써야겠지만, 몹시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정말 쓰기 싫은 타입. 청개구리처럼 쓰라고 하면 안 쓰고 싶고, 쓰지 마라 하면 쓰기도 하는 독특한 자들. 망사형 마스크를 써서 쓴 듯 안 쓴 듯 비말을 튀기기도 하고, 방송국 출연진이나 방청객처럼 입만 보이는 투명 플라스틱 마스크를 착용하여 내부에 입김과 비말이 고이는 찝찝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외 수어 소통용, 어학원에서 입모양을 보여주어야하는 경우, 영유아 교육에서 그 마스크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한강을 걷는 아주머니들이 자외선 차단 겸 착용하는 오리주둥이 마스크를 코로나 시국에 착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입이 뚫려있어 쓰나 마나 한 그 오리주둥이 마스크를 왜 쓰는 것인지 진심 궁금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