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버린 행정실 그녀
9월 1일 자 인사 발령이 있던 날 써둔 글.
그녀가 떠났다.
근처에만 가면 왠지 모를 매서운 바람만 훼엥하고 불던 그녀가 떠나갔다.
철저하다 못해 근엄하고 냉혹하다 못해 살벌한 그녀였다.
20년 전 신규 간호사 때 선임 간호사에게 혼나며 교육받을 때 느꼈었던 그 쭈뼛함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이상한 그녀였다.
이것을 문의하면 그건 자기 업무가 아니라며 딱 잘라 말했고,
저것을 물어보면 그런 업무 여기서 하지 않는다며 무안만 주었다.
대책 없이 날카롭던 그러던 그녀가 떠났다.
9월 1일 자 인사이동으로 그녀는 다른 학교로 갔다고 한다.
교직원 전체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말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카드값 갚기 위해 시작한 일이 10년이나 되었다고 했다.
경단녀로 지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학교 교무실 실무사 알바를 1년간 했었고
그 후 행정실 계약직 교직원으로 9년을 더 일했다고 한다.
그녀로 인해 불편해하던 동료들도 많았지만 그녀가 맡은 업무는 참 철두철미했다고들 이야기했다.
내가 그녀와 업무상 마주치는 일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였고, 딱딱하고 메몰 차게 대해서 동료로서의 정은 0.1도 생기지 않았지만, 다른 근무처로 간다고 하니 잘 가시라 답장은 보내드렸다.
새로 오신 분은 참 친절하다.
낯선 곳에 정착하기 위한 방어기제의 하나인 듯도 하고, 그저 그분만의 오랜 성품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잘 웃고 친절한 새로운 그녀가 오셔서 참 좋다.
주변인에게 의도치 않게 불편감을 주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상의를 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내가 잠깐이라도 편안한 상대가 되어주어야겠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짜증스럽게 대하지는 않아야겠다.
방실방실은 아니더라도 미소 머금은 채 인상 좋은 사람으로 살아봐야겠다... 다짐한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