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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건쌤 김엄마 Dec 01. 2021

분리 개별화 이론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 1897~1985)

미국의 소아 정신분석가인 마가렛 말러는 인간이 어머니라는 대상(object)에서 떨어져 나오는 심리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발표하였는데, 이를 분리 개별화 이론(separation-individualization theory) 혹은 대상관계 이론이라고 한다.


이는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와 아이 관계에서 생기는 심리적 현상에 초점을 두는 이론이다. 아기와 엄마가 한 몸 같이 함께 하다가 각각의 개체로 분리되는 과정이 성인기 정신건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다.




(1) 정상 자폐기(phase of normal autism: 출생~1개월)


; 출생 후 한 달까지의 신생아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잠자는 상태로 주변이나 타인 또는 자신 이외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기본 욕구 충족과 신체 안위에 모든 초점이 모아져 있다.


정신분석 용어로는 대상(=상대)이 존재하지 않는 시기라고도 말한다. 외부 자극보다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발달을 해나가고 있는 시기이다.


(2) 공생기(symbiotic phase: 1~5개월) 


; 영아는 어머니와 자신을 여전히 분리하지 못하고 자신을 어머니의 연장선으로 여기면서 결합된 상태로 인지한다. 만약 이 시기에 어머니에 해당하는 돌봄 주체가 없거나, 어머니에게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후에 공생 정신증(symbiotic psychosis)을 일으킬 수도 있다.       

       

(3) 분리 개별 화기(separation individualization phase: 5~36개월)


; 어머니에게서 신체적·정신적으로 분리되어 한 개체로 떨어져 나오는 개별화 과정이 이루어진다.

개별화 과정은 자아가 강해지고, 자아감을 수용하고, 자아 영역이 독립되는 것으로 총 4분기로 이루어진다.


① 제1분기(5~10개월) 분화 분기(differentiation subphase)

; 공생의 알을 깨고 껍질 밖으로 나오는 부화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잠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주위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어머니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곧 돌아온다.


② 제2분기(10~16개월) 실제 분기(practicing subphase)

; 어머니에게 집중되었던 관심이 자신 주변의 장난감, 우유병, 놀잇감 등의 물건과 같은 주위 환경으로 옮겨지면서 어머니에게서 실질적으로 분리되는 경험을 한다. 이때 어머니와의 분리를 두려워하는 분리불안도 경험하게 된다.


③ 제3분기(16~24개월) 화해 접근 분기(rapprochement subphase)

; 혼자서 자유롭게 걷게 되어 자기 몸이 어머니의 몸과 분리되어 있음을 더 확실히 인지하게 되는 시기로서, 분리불안이 더욱 심해지기도 하며 자기와 어머니가 한 몸으로 묶여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④ 제4분기(24~36개월) 통합기(consolidation subphase)

; 어머니를 ‘나쁜 어머니’나 ‘좋은 어머니’로 둘 중 하나로 보기보다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갖춘 하나의 온전한 대상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게 된다. 이 시기의 아동은 자신의 어머니를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주는 존재로 인식하면서도 자신과는 온전히 분리된 한 사람으로 지각한다.



분리 개별화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된 자료도 있다. 같은 의미의 내용이지만 용어의 해석이 다소 다르다.


1) 분화와 신체 이미지의 발달 단계; 부화 단계. 어머니의 얼굴과 몸을 손으로 만지고 촉감을 느껴 탐구함.

2) 연습 단계; 배와 무릎으로 기고 다시 일어남으로써 어머니와 멀어질 수 있는 초기 능력을 기르는 연습 단계.

3) 재접근 단계; 어머니를 따라다니기와 어머니로부터 달아나기를 반복 연습함.

4) 정서적 대상 향상성의 단계; 어머니의 부재 시에도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믿고 의지할 수 있음.



1997년 봄의 대학 교정에서 처음 배운 학문 중 하나가 '간호이론'이라는 과목이었다. 간호학이란 무엇인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어떻게 행하여야 하는지 여러 이론가가 각자 다양한 견해를 제시한 과목이었다. 그 유명하신 나이팅게일님을 필두로 하여 페플라우, 헨더슨, 로저스, 오렘, 킹, 뉴먼, 왓슨, 트래블비 등 여러 외국인 스승님들이 계셨다.


학창 시절 은사님이셨던 김수지 교수님은 대한민국 간호학 박사 1호로 국내 간호학계에서는 가장 저명한 교수님 중 한 분이시다.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 후 보스턴 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하와이 병원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접한 후 1979년 국내에 호스피스 간호학을 처음으로 도입하셨다. 이어 정신전문간호사 과정을 정립하시고, 서울 사이버대학 총장으로 역임하시다 아프리카 말라위 선교사로 떠나셨다. 말라위 릴롱궤 대양 간호대학 교장으로 현지 간호사 양성에 헌신을 다하셨고, 그곳에서 급성 백혈병을 얻어 귀국 후 소천하시어 생전에 서약하신 바 대로 시신을 기증하셨다.



 "나는 한평생 오직 간호의 길을 향해서만 달렸다.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병든 사람을 돌보는 간호 일도 너무나 사랑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토록 해왔고, 사랑의 돌봄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의 맛을 체험했으며 특히 사랑의 돌봄을 통해 수많은 기적들을 목격하는 증인으로서의 특권도 누렸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저서 <사랑의 돌봄은 기적을 만든다>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많은 후배들이 활발한 연구 활동을 통해 간호학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고, 전문적 과학적으로 발전한 간호현장에서의 돌봄 기술들 역시 눈부시게 나아가고 있다. 과거 차트를 수기로 작성하고 전화업무와 라운딩을 통해서만 확인하던 수십년 전 간호와는 비교 불가하게 발전한 대단한 현실이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간호사와 환자, 보호자와 환자, 의사와 간호사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김수지 교수님의 돌봄 이론(Interpersonal Caring Theory, ICT)은 "알아봐 줌", "동참함", "공유함", "경청함" "동행함", "칭찬함", "안위함", "희망 불어넣음", "용서함", "용납함"이 핵심 개념이다. 만성정신질환자의 회복과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에 공헌하였고 정신보건간호사 훈련과정을 개설해 정신장애인의 사회재활을 촉진하는 등 효과적인 지역 정신보건사업을 수행하는 인력 양성에 공헌하시고, 2001년 간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간호대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셨다.



꾸준히 공부하던 후배들 동기들도 석박 및 유학을 다녀와 국내 간호학 교육 일선에 앞장서고 있다. 사람을 돌보고 대하는 간호학에 한국적인 배경의 간호 이론도 많이 정립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간호학 이론 외에도 정신간호학 시간에 배운  정신의학자들의 이론도 흥미롭다. 그중 프로이트 융 다음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마가렛 말러의 분리 개별화 이론을 다시 살펴보면서 인간이 태어나 주양육자와 관계를 맺고 눈을 맞추며 커가는 그 과정에서부터 깊은 사랑과 단단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신뢰감이 성인이 된 후에 맺어지는 대인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실수와 회복을 통해 탄성을 키우고, 아픔과 용서를 통해 따뜻함을 키워나갈 것이다. 소설 같은 사건 사고가 넘쳐나는 불안한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며 건강한 발걸음 함께 내딛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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