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지만 의미 없고 애정 없는 대화이다. 회사나 사회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많을 것 같다.
핵심이 되는 내용을 조금 더 부드럽게 언급한다면 서로의 대화가 한결 말끔하고 효율적일 것 같다.
#2. 목이 아파서 보건실에 온 학생.
학생 : "어젯밤부터 목이 아팠어요."
교사 : "목이 아픈데 왜 등교를 한거죠?"
학생 : "네?"
교사 : "자가진단 어플에 인후통, 두통이 있으면 체크하고 등교하면 안 된다는 걸 모르나요?"
학생 : "그런 정도는 아닌데요."
교사 : "그걸 어떻게 장담하죠? 조퇴하세요. 인후통은 학교 오면 안 돼요."
학생 : "수행 평가도 있고, 수업도 들어야 해요. 조퇴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교사 : "그걸 어떻게 장담하죠? 코로나는 무증상도 많고 가장 큰 증상이 인후통이에요. 조퇴하세요."
--> 코로나19 시대에 어쩔 수 없지만 안타깝기도 한 대화이다. 동네 이비인후과, 내과에 들러도 목이 아프다고 하는 인후통은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 앞에는 "발열, 인후통, 두통 환자 진료 안합니다. 코로나 선별 검사소로 가세요."라고 붙여둔 안내멘트를 본 적도 있었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누어보니, 학생은 알러지와 비염이 있었고, 편도선염도 심해진 상태였다. 코로나 인후통과 구분할 수 있는 증상이고, 기존에 처방받은 약을 복용 중이었던 점을 더 분명하게 말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전후 사정 없이 목이 아프다는 증상만을 말한 학생의 표현도 아쉬웠지만, 잘 들어주지 못하고 경계성 장벽을 세운 교사의 반응도 아쉬웠다고 생각한다.
#3. 찢어져서 봉합한 손가락 부위 소독을 받기 위해 보건실에 온 학생.
학생 : "소독해주세요."
교사 : "어디 좀 봐요. 어디가 아프죠?"
학생 : "찢어져서 네 바늘 꿰맸는데요. 그냥 보건실에서 소독해주세요."
교사 : "보건실은 이런 걸 해주는 곳은 아니에요."
학생 : "......"
교사 : "봉합하고 병원에서 오라고 하는 날짜에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체크하는 게 좋아요."
학생 : "네"
교사 : "일단 오늘은 소독해줄 테니까, 다음부터는 병원에 가서 받으세요."
학생 : "그럼 됐어요."
--> 개인적으로 가장 언짢은 대화체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이번엔 ~~~ 해줄 테니 다음엔 ~~~ 하세요."이다.
행정실 그녀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으으으 부들부들. 소독을 부탁 하러 온 이 학생의 경우에도 이걸 보건실에 부탁할 일이 아닐 것 같다는 마음을 50%는 안고 들어왔을 것이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봉합한 병원에 가서 드레싱 받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들렀을 일.
부탁하는 마음을 조심스레 안고 들어온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여, 우선은 아픈 부위부터 살펴보고 감정적인 지지를 먼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쩌다 다쳤니, 정말 아팠겠구나. 언제 다쳤어? 피가 많이 났겠는걸. 지혈은 잘했어? 마취해도 꿰맬 땐 많이 아팠지?" 등... 보건실에도 소독 기구가 있으니 기왕에 온 학생에게 기꺼이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고, 학생에게는 "봉합 후에도 의사가 상처를 살피고 실밥 풀 계획을 잡아야 하니 다니던 병원에서 소독받는 게 가장 좋단다. 다음에는 치료중인 병원에 가서 소독 받도록 하자"정도의 멘트가 좋을 것 같았다.
#4. 다짜고짜 조퇴를 시켜달라고 온 학생.
학생 : "쌤 저 조퇴시켜주세요."
교사 : "뭐라구?"
학생 : "저 머리 아파요. 병원 갈래요."
교사 : "많이 아프니? 일단 약을 좀 먹고 쉬어보는 게 어떨까?"
학생 : "그냥 조퇴할래요. 조퇴증 써주세요."
--> 대책이 없는 경우이다. 코로나19 이후 인정 결석와 질병 조퇴가 많이 늘어났다. 출결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고 있지만, 느슨해진 학생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이 시기를 뚜벅뚜벅 통과해내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공부에 뜻이 없고 학교가 지루하기만 한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조퇴를 맛볼지 궁리를 하기도 한다.
무조건 면박을 줄 수도, "오냐~"하며 조퇴를 시켜줄 수도 없다. 아픈 증상이 관찰되는 경우, 병원 진료를 위해 학부모와 담임교사를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명료히 설명하여 교실로 돌려보내야 한다. pc방 출입이나 우르르 몰려다니며 코로나에 주의하지 않는 행태가 발견되면 즉각 담임, 학부모와 상의하여 주의 관찰해야 할 일이다.
#5. 허리가 아프니 파스를 붙여달라는 학생
학생 : "허리 아파요."
교사 : "그래? 허리가 왜 아플까?"
학생 : "어제 헬스장에서 살짝 삐끗했어요. 밤에 농구도 좀 많이 했구요."
교사 : "보건실은 학교에서의 일과 중에 학생들이 다쳤을 때 도움을 주는 곳이야. 외부 체육시설에서 다쳤거나 개인적인 불편함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단다."
학생 : "그냥 파스 하나 붙여주시면 안 돼요?"
교사 : "붙여줄게. 그렇지만 앞으로는 약국에서 구입해서 쓰거라."
학생 : "됐어요. 그럼. 안 붙일게요." 라며 나가버렸다.
--> 경계가 참 모호할 때가 있다. 학교에서의 사고를 예방하고 대비하며 조치하는 학교 보건실이지만, 시간이 없어 병원에 못 갔다며 들리고 약국에서 구입하여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보건실에 들린다.
학생이 아프다고 하면 얼마든지 도와줘야 하지만, 이틀에 한 번꼴로 와서 파스를 두세 장씩 붙여달라는 경우에는 단호할 필요도 있었다.
파스 몇 장 때문에 학생의 가정으로 전화를 할 수도 없으니, 고등학생 본인에게 잘 알아듣도록 말해줘야 한다.
#그 외.
- 다짜고짜, 탈모가 아닌지 봐달라고 한다.
- 두피에 여드름이 났다며 짜 달라고 한다.
- 목이 뭉쳐서 오른쪽으로 안 돌아간다는 학생이 있어 시프겔을 발라 몇 번 두드려준 적이 있었는데, 제법 시원했었는지 그 학생의 친구가 찾아왔다. 여기 마사지 잘해준다고 하는데, 자기도 마사지를 해달라며! 한숨이 나온다.
- 매일 같은 시간에 두루마리 휴지를 가지러 오는 남자 선생님이 있다. 왜 본인의 배변 타이밍을 내가 인지하게끔 굳이 이곳의 휴지를 써야만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저 보건실에 들러야 마음이 편안하다고 웃으며 들린다. 난 그를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