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 식욕, 수면욕이 너무 떨어졌어요."

"저, 여기서 상담이 가능한가요?"

by 보건쌤 김엄마

보건실을 알리는 간판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성고충상담소 팻말!

그러나 눈여겨보는 이 거의 없고, 성문제 상담을 하고 싶노라며 찾아오는 학생도 사실 거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 가능한가요? 제가 요즘 성욕, 식욕, 수면욕이 너무 떨어져서요."라며 훅 들어온 학생이 있었다.


말끔한 옷차림에 단정한 헤어스타일, 똘똘해 보이는 금테 안경과 큰 키.

학생의 태도와 차림세를 봐서는 '성문제'를 상담받기 위해 왔으리라곤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건실에 한 번도 온 적 없는 학생이었고,

방학을 앞두고 단축 수업 중이라 다소 생뚱맞은 방문이었다.


걱정스러운 표정도 없이 그렇다고 장난기 있는 능청스러움도 없었다.


담백하고 차분하며 남의 얘기하듯 냉철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태도 무엇?


일단 앉혔다.



친근하게 받아주고 성향과 기분에 맞게 대화하는 것에는 나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편이었지만,

차갑고 도시적이며 냉철하고 이성적인 이런 성향에는 몹시 취약한 나이기도 하다.


"저는 김*원이구요. 직업반 학생입니다. 곧 졸업할 테니, 이런 상담이 무리라고 생각되진 않구요. e 스포츠하고 있어요. LOL 하다가 지금은 종목이 바뀐 상황이고 훈련 중이에요. 위탁으로 들어가 있어서 학교 안 나올 때도 많긴 해요"라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혼자 자취를 하고 있고 방 안에는 이 스포츠와 관련된 장비와 기기들이 가득하다고 했다. 푹 쉴 수 있는 상황도 여건도 아닌것 같았다.


현재 자신의 가장 큰 문제는 성욕 식욕 수면욕 등 기본 욕구의 저하!

스스로의 컨디션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냉철한 승부의 세계에 발을 디딘 상황에서 게임 능력 외에 신체 건강은 돌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많이 약해진 것 같다며...



보건교사란...

배 아픈 아이부터 두통 찰과상 타박상 골절에 호흡곤란 등등 경미한 상황부터 초응급상황까지 어떤 상황에서든 필요한 조치를 너끈히 해내지만,

난데없이 호소하는 성욕저하와 발기부전에 관한 이야기에는 적잖이 당황하긴 했다.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 학생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파악하기 위해 더 집중하여 눈과 입을 쳐다봤다.

10여 분간 짧고 굵은 대화가 오갔고,

*원이는 다른 의도나 문제없이 진심으로 자신의 욕구 저하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사실 성문제 상담을 매개로 애매하게 자행되는 성희롱 문제들도 보고되고 있다. 상담자가 충실히 판단하여 성공적으로 상담을 이행해야 하지만, 문제가 될 경우 즉시 중단 및 도움을 청해야한다.


상황과 장소에 맞는 상담인지 잘 판단해야하고, 경계가 모호한 경우에는 상담전문기관으로 의뢰하거나 해당기관을 안내해주는 것으로 종료해야한다.


다양한 학생들과 접한다.

매일매일 수없이 많은 학생을 만난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군도 몹시 다양하다.


징징이 투덜이 짜증이 능청이 울보


*원이는 여태 만나본 캐릭터에서 처음 접하는 스타일이었다.

앞으로는 좀 더 대비를 해야겠다.


수면과 식욕에 대해서는 마침 최근 읽고 있던 건강 관련 서적에서 본 몇 가지 팁과

학생 건강검진 결과서를 토대로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었다.


성욕.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도 나보다 재원이의 케파가 더 크고 넓은 느낌이 들었다.

과시하거나 즐기기 위함도 아니었고, 의문과 걱정거리의 상담! 딱 그 정도였다.




학생이 다녀가고 난 후 차분히 성찰해보았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어떤점이 도움 됐을까?

성찰의 결론은 낮은 칠밀도와 익숙치않음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대화 주제를 갖고 수십 수백가지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지만, 기본은 intimacy.

내담자, 대상자, 환자, 학생 등 내가 맞이하는 사람을 대상자라고 할 때

대상자와 나와의 친밀함, 익숙함이 어느정도 형성되었는지가 의미있을 것 같다.


그런 핑계같은 사유가 없이 전문적인 상담이 바로 돌입되려면

아마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학생이 성고충상담센터를 찾은 것은 굳이 시간을 내어 정신건강의학과까지 갈 일은 아니기에 그랬을것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곧 성인이 될 학생이다.

보건교사이자 성인여성인 나보다도 훨씬 성지식이 풍부하고

성경험도 있으며 그 분야의 최신지견을 갖고 있는 예비성인들.

내가 많이 부족하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최신지견을 습득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도 필요하겠으나,

그것은 대화 중에 내가 아는체를 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으므로

역시나 우선적은 준비는 잘 듣는 자세와 차분한 태도 좋은 귀와 친밀함!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학생, 궁금함이 있어 질문하는 학생, 건강에 걱정이 되어 상담을 원하는 학생에게

알맞은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고 기관과 의원에 바르게 연계해주는 역할.


학생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학생을 알아봐주며 현재의 문제가 감소되어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친근하게 있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찾아와 성상담을 하고간 *원이. 컴퓨터와

e스포츠 전문가여서일까? 정서와 감정의 소통없이 흘러간 아쉬운 대화는 마치 AI와 대화를 나눈듯 한동안 머리가 띵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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