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실 그녀 II

나에겐 너무도 골 때리는 그녀들

by 보건쌤 김엄마

찬웅이가 전학을 갔다고 한다.

보건실에 자주 오던 찬웅이는 아쉽게도 그렇게 떠났다고 한다.

여러 학생들이 전학을 오고 가지만 보건실에 자주 오던 녀석이 훌쩍 떠날 땐 아쉬움도 걱정도 더 크다.


어느날, 1학년 2반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찬웅이를 자가진단 어플에서 삭제해달라며... 전학을 갔다고 했다.

전학 갈 학교에서는 별도의 건강 검사지를 요청하지 않았나 보다. 요청했더라면 보건실에 들렀을 테고 그러면 내가 알았을 테고 그러면 잘 지내라 말해주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곤 잊고 지냈다.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외부 전화 032 5oo-oooo OO고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OO고 이o정 교사입니다." 찬웅 학생이 전학 간 새 학교의 담임이었다.

고1 학기 초에 있었던 건강검사 결과지를 보내줄 수 있는지 물어오셨다. 역시나 필요한 서류였다.

통화중인 선생님 바로 옆에 찬웅이가 있나 보다. 전학 오기 전에 몇 반이었는지 학생에게 묻는 말소리가 들렸다.


내가 말했다. "선생님, 찬웅이를 좀 바꿔주시겠어요? 제가 물어보고 전달할게요."그렇게 받아 들고, 안부부터 물었다.

"찬웅아, 너 전학 간 걸 알고 아쉬웠어. 잘 지내니? 새 학교는 다닐만하고? 쌤이 서류 잘 보내줄게. 걱정 말고. 잘 지내라."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의 활기찬 목소리를 들었고, 늘 위축되어 머리가 아프다고 하여 걱정스럽던 찬웅이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나니 한결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우편으로 받은 고1 건강검사결과지를 꺼내어 찬웅이 기록을 찾았다. 키, 몸무게 정상. 구강강검진 문제 없음. 안과, 비뇨기과, x-ray 모두 싹 다 정상! 훌륭였다. oo고 선생님은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했지만 팩스로 금세 보낼 수 있으니, 건강검진 결과서 두 장을 들고 퇴근길에 행정실엘 들렀다.





일전에 결핵 차가 와서 학생과 교직원 결핵 검사를 한 후 학교장 직인을 찍을 때, 나에게 딱딱하게 굴던 행정실 그녀. 정확한 담당자 이름을 알아와야 직인을 찍을 수 있다며 딱딱한 태도로 일관하던 그녀는, 그날 오후 모기에 물려 퉁퉁 부은 다리에 약을 바르러 보건실에 왔었다. 그녀의 zone에서 나는 불쾌를 경험했고 당혹을 당했지만, 내 zone에 온 그녀에게 난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풀었다. 내가 win이다 속으로 외치면서, 땍땍 거리지 못하는 내 성향을 어찌할 수 없으니 나생겨먹은 대로 그저 잘 대해주었다.


오늘 다시 찾은 행정실!

행정실엔 그녀들이 우르르 있다. 그녀들에겐 미안하지만 표범 호랑이 치타 재규어 하이에나 같았다. 모기에 물린 다리에 연고를 바르러 온 그녀도 물론 함께 있었고... T.T


"안녕하세요? 보건교사입니다. 전학 간 학생이 있어 그 학교로 학생 건강 기록지를 좀 보내줘야 하는데요."


"네, 그래서요."


첫마디가 "그래서요."라고 했다. 분명히 들었다. "그래서요"... 라니... 휴우


"네, 행정실에서 팩스를 좀 보낼 수 있을까요?"내 물음에 단박에 대답하는 그녀.


"여긴 그런 일 하는 곳이 아니에요. 학교 행정 업무를 보는 곳이죠. 일단 줘보세요. 두장 보내면 되나요? 일단 이번만 보내드리죠. 그런데 다른 데 가서는 이야기하지 마세요. 한 번만 해드리는 거니까요." 라고.


파란 면 레이온 혼방 블라우스를 입고 올백 헤어스타일을 한 그녀는 딱딱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미간에 내천자 주름이 쫙 세워져있는 그녀는 미소와 온화함이라고는 1%도 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이번만 해주는 거니 다른 데 가서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업무 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학생의 서류를 팩스로 보내야 하는 일은 내가 어떻게 처리해야 옳은 것인가?

더 묻지 않았다. 일단 그녀의 손이 팩스 번호를 누르고 있으니 이미 시작되었고, 맘 속으론 역시나 행정실엔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사비 몇 백원으로 우편을 보내고 말걸... 아니지, 이건 분명 공적인 일이야. 전학을 갔지만 학생의 일이며, 학교와 학교 간의 업무 연계이기도 한 일인데 어찌 행정실 업무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사진 찍어서 그쪽 보건쌤 폰으로 보내준다고 할껄 그랬나? 아니지 학생 일인걸. 그럼 이게 행정업무가 아니고 그런일에 보내주는 fax가 아니면,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그녀들이 말하는 올바른 방법이란 말인가?'


팩스는 전송되었고, 나는 기계에 남은 원본을 꺼내 들었다.

표범 호랑이 치타 재규어 하이에나 같은 그녀들도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행정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나에게 파란 옷 그녀가 말한다.

"잘 들어갔나 확인하고 가세요."라고. 끝까지 지시적이다.


왜 항상 저렇게 딱딱하고 지시적일까?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렇게 말할까?

난 그저 전학 간 학생의 건강검사결과지를 보내주려고 한 것뿐인데 말이다.

말투가 왜 그런지, 왜 하나같이 쏘아붙이듯 사람을 대하는지, 이 업무가 행정실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옳은지, 문의하는 사람에게 그렇게밖에 대할 수 없는지 백 마디 내뱉고 싶었다. 그렇지만 표범 호랑이 치타 재규어 하이에나에게 1:5로 그것도 귀하고 예민한 퇴근 시간 임박할 타이밍에 들이받을 수는 없다. 결코


찌그러진 나는 그녀들이 인접한 위치에서 00고에 전화를 했다.

"oo고 행정실이죠? **고 보건교사입니다. 학생의 건강 기록지를 팩스로 보냈는데 잘 들어갔는지요."


팩스는 잘 도착했고, 그 학교 보건교사에게 전달해주십사 부탁드렸다.

전화받은 oo고 행정실 그녀는 참으로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네, 선생님. 팩스 잘 들어왔네요. 보건실에 전달할게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분명히 그렇게 상냥하게 말했다.


원스트라잌. 투스트라잌.

일단 직구 두 개 내가 받았다.

훅 들어온 직구였다.


모기에 물린 다리에 연고를 바르겠다고 들린 그녀는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 온 보건교사에게 직구를 날렸으니 견제구 한번 던진 것으로.

이 모든 것이 나의 오해일지 모르지만, 어찌 됐건 내 마음과 귀가 불편하고 찝찝하다.


가열차게 싸움을 걸어온 것이라면 힘센 내 근육 모두 일으켜 강력히 되받아쳐주겠으나

이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며 정확한 일처리와 절차를 운운하며 내게 강하게 지시하듯 세게 말한 그녀의 일상 스타일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zone에서만 강력한 그녀는 또 다른 곳에서도 과연 일관된 모습일지

어느 지점에선 비굴하고 소극적이며 낮은 자세로 눈치를 볼런 지도 모르겠다.

내가 눈치 볼 일은 아니었지만 낯선이에게 여전히 땍땍거리는 그녀들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에라 모르겠다.

다음은 삼진 아웃 또는 도발이다.

그녀가 내게 마지막 직구를 날리면 아웃을 당할지, 나도 그땐 배트를 집어던지고 투수와 심판에게 들이대며 따지고 들지도 모르겠다.

하찮은 일이지만 코털이 벌렁벌렁 거린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예상치 않게 걸려들면 그 불쾌한 마음이 참 오래 남는 것 같다.


아무튼 찬웅이의 서류는 안전하게 전달되었다.

어떤 이유에서 전학을 갔을지 모르지만, 먼 곳으로 간 것 같았다.

새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oo고. 처음 들어보는 학교였다.

그곳에서 건강히 행복하게 좋은 결실 일궈내며 잘 지내주길 바란다.


그리고 행정실 그녀들과의 관계는 계속될지니...

행정실 그녀들 III를 나 자신부터 고대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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