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기뻤다

by 있는 그대로 엄마

교사로 살아온 20년 동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정답을 들었다.
많은 훌륭한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지켜봤다.
하지만 정작 내 아이를 규정해본 적은 없었다.
‘이런 아이로 자라야 한다’는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그 어떤 정답보다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내 몫이었다.


나는 내 아이를 억지로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았다.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선택을 존중하려 애썼다.
순간순간에 반응하며 함께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1 학생들의 정서행동검사 결과가 도착했다.
자존감, 타인이해, 공동체 의식은 백분위 100이었다.

성실성, 개방성, 사회적 주도성 역시 모두 90점 이상이었다.

자신을 믿고,
타인을 이해하며 배려하고,
집단 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리는 아이였다.


주변의 칭찬에도 무덤덤했던 내가,
요즘 학교에서 흔히 마주하는 무너진 도덕성과 공감 능력을 떠올리며,
이 결과를 한 줄기 희망으로 받아들였다.


‘아이가 정말 잘 자랐구나.’
‘어쩌면, 내가 해온 일들이 의미 있었던 걸지도 몰라.’
‘기록해두고, 함께 나누고 싶다.’


나는 부족한 엄마였다.
사랑이 서툴렀고, 그래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다.
실수도 많았고, 내 성질과 불안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보낸 평범한 시간들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자라게’ 해주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나는 교사이지만, 이 글을 ‘엄마’로서 쓴다.
분석보다 관찰을,
통제보다 존중을 택한 시간이
공감과 도덕성이 무너지는 이 시대에
작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다른 부모와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방향이 되길 바란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크게 기뻤다.
그것이 내 아이를 키우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다음 화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참고로 저는 사랑스러운 고3 딸과 고1 아들의 엄마입니다.

이 글은 둘째, 고1 아들과의 에피소드를 기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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