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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강 Jul 19. 2024

불편한 진실

영화 《스틸워터》


인간은 매일 거짓말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2~3번에서 최대 200번까지 거짓말을 한단다. 최근에는 AI도 거짓말을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AI가 상대방을 배신하고 허세를 부리고 인간인 척 속임수를 쓴 많은 사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상황을 모면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관계를 지속시키거나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유희나 공격이 목적일 수도 있고, 생존을 위해서일 수도 있다. 가끔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선한 거짓말도 한다. 인간이 밥먹듯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아는 순간, 우리는 상대의 모든 말을 의심하게 된다. 이 말이 거짓일까 사실일까.      


그러나 유일하게 의심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때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물론 가족끼리도 거짓말을 한다. 타인이라면 한번 속고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지만, 가족끼리는 속고 속아도 어쩔 수 없이 또 믿는다.

       

“전세계가 내 딸을 살인자로 지목했다”라는 포스터 카피가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있다. 기억하시는지. 세상사람들이 모두 내 딸을 살인자라 떠들어대도 내 딸이 결백하다면, 결백한 거다. 그 결백을 아빠가 증명해 줄게. 바로 영화 《스틸워터》다.      



《스틸워터 Stillwater》(2021)는 토마스 맥카시가 감독하고, 맷 데이먼(빌 역)과 아비게일 브레스린(앨리슨 역)이 출연한 미국영화다. 2007년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아만다 녹스’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긴 했으나, 스토리의 흐름과 내용은 그 사건처럼 선정적이지 않고 사뭇 잔잔하다. (스포일러 주의)   


미국 오클라호마 중북부지역의 마을 ‘스틸워터’에 사는 빌은 건축현장을 돌아다니며 근근히 먹고 산다. 가끔씩 딸을 보러 프랑스에 가는 것 빼고는 밋밋한 일상이다. 아내는 오래 전에 자살했고, 빌은 술과 마약, 폭력 전과가 있다. 일 핑계로 밖으로만 나돈 탓에 딸은 할머니가 키웠다. 딸 앨리슨은 고향 스틸워터를 떠나 프랑스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곳이 고향에서 아주 멀고 생판 다른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딸이 룸메이트 살인 혐의를 받아 프랑스 감옥에서 5년째 복역중이고, 앞으로 형기가 4년이나 더 남았다.      



빌은 딸을 면회하러 왔다가 딸이 재판에 불복, 자신의 사건 재심을 부탁하는 편지를 변호사에게 전해달라는 청을 받는다. 변호사는 이미 끝난 일이라 불가하다는 입장. 그러나 딸에게 그 얘기를 전할 수 없는 빌은 자신이 직접 사건을 해결해 보리라 마음먹는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는 무식한 빌이 낯선 프랑스에서 딸 사건의 진범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스토리. 빌은 우연히 만나 통역을 도와준 프랑스 연극 배우 버지니와 그녀의 딸 마야와 가까워지고, 그들의 도움으로 프랑스에서 일자리를 찾아 체류한다.


빌은 딸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지목한 청년 아킴을 찾아 돌아다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결국 재심에 희망을 걸고 있을 앨리를 더이상 속일 수 없었던 빌은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한다.     


“아빤 항상 거짓말만 하죠. 평생 그래왔어요. 아빠를 믿은 내 잘못이에요. 제 인생을 충분히 망쳤어요. 그냥 꺼져버려요.”     


딸의 폭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빌은 아킴잡아 감금하고 그의 DNA를 사설탐정에게 넘긴다. 그러나 빌은 아킴에게서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


- 앨리슨이 돈 줄 테니 리나를 죽여달라고 했어요.

- 그만해라. 그만 얘기해.

- 저한테 목걸이를 줬어요. 일단 가져가라고. 돈은 나중에 준다고요. 금목걸이요, 스틸워터!

- 뭐라고?

- 목걸이요. 스틸워터라고 적혀 있어요.


스틸워터 금목걸이라니... 딸이 마르세유로 떠나던 날 공항에서 빌이 사준 목걸이다. 고향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스틸워터’가 새겨진 목걸이를 사줬었는데…….     


결국 아킴의 DNA가 살인현장에 있던 DNA와 일치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앨리는 풀려난다. 환영받으며 미국으로 돌아온 빌과 앨리. 집에 온 빌은 앨리에게 목걸이 얘기를 한다. 표정이 바뀌는 앨리.      


- 내가 원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집에서 나가도록 도와준다고 했어요. 그게 다예요. 죽길 바라지 않았어요. 리나를 사랑했어요. 제가 괴물처럼 보이세요?      



누구 말이 진실일까. 감금당해 곧 죽을지도 몰라 공포에 질린 아킴일까, 아니면 아직도 죽은 리나를 사랑하고 있다 딸일까.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면, 진실은 ‘누구’가 아니라 ‘목걸이’에 있는 것이 아닐까. 스모킹건이 된 '스틸워터 목걸이'. 그렇다면 빌은 딸의 무죄를, 결백을 증명하려다가 딸의 청부살인을 은폐시킨 꼴인데,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 여긴 하나도 변한 게 없네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나요?

- 아니, 앨리. 그렇지 않아. 나한테는 전부 달라 보여. 이제 전혀 몰라볼 지경이야.      



고향에 돌아온 앨리는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스틸워터는 잔잔하고 고요한 수면이라는 뜻. 고향은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건 한결같은 푸근함으로 앨리를 맞이한다. 그러나 빌에게 ‘스틸워터’의 일상은 더이상 잔잔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진실은 파헤치는 과정보다, 진실을 마주한 이후가 더 불편할 때가 있다. 앨리가 말했고, 빌이 동의했듯이, 그래서 “인생은 잔인하다”. 언젠가 앨리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게 될까. 갑자기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 생각난다. “완벽한 진실을 말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다. 익명이거나, 유언이거나.”  ♣          



* 사진 출처 : Daum 영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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