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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05. 2022

강함은 담담함에서 온다

면접, 생각보다 할 만하더라

추운 토요일. 추운데 고통스러운 추위 말고 마음이 뻥 뚫리는 시원한 추위.

그런 가운데 마음까지 시원한 오늘이었다.

본래 주말은 나에게 쉬어도 되지만 쉬면 안되는 (= 늘 할 일이 있는) 날인지라,

평일에 비해 그닥 한가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여느 때처럼 맞이한 토요일은 예상 외로 가벼웠다.

마치 커다란 쇼핑백을 큰맘먹고 들어올렸는데 내용물이 거의 없어 훅! 들리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할 게 없는 것도 아니다. 다음주 화요일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토요일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무게는 가벼웠다.

뭐가 갑자기 이렇게 가벼워졌을까, 생각해보니 또 이번주에 본 면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efb6996bb2b84f3/29



영어면접에 이어 수요일 오전에는 본 면접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영어 면접을 포괄하는 1차 면접을 봤다.

기업명은 아실 분들은 아실 테지만 함구하는 것으로.

이른 아침부터 3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다소 숨가쁜 면접이었다.

이 면접을 위해 이번주 월, 화요일은 내 인생에서 그렇게 달렸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했다.

"Why 산업", "Why 회사", "Why 직무", "Why 나" 이렇게 4개의 워드 파일을 동시에 띄워놓고 종일 업데이트했다.

특히 산업과 직무 공부에 집중했다. 

산업은 PT면접 때 무조건 유관 지식 테스트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산업 공부가 정말이지 단 하나도 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직무는 JD를 읽어봐도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내적 눈물을 흘리며 온갖 수단(구글링, 학회 선배님 찬스)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노력했다.

Why 직무는 그렇다 치고 Why 산업은 짜 내기가 참 힘들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왜 이 산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만들어 나갔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산업에 매력을 느끼는지, 그 매력은 어떤 점에서 기인하는지 감잡을 수 있었다.

공부하면서 써 먹을 만한 개념을 알게 되었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PT면접 때 어떻게든 써 먹어보자고 생각했다.



미친 듯이 준비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또 별 생각이 없어졌다.

영어면접 때 느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내 모습 그대로 면접에 임하니 긴장하지 않고 답변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동일한 전략을 취했다.

평소에 사람을 대할 때 내 모습의 특징은 대략 이러하다.

1. 밝다, 2. 생글생글 웃는다, 3. 고개를 많이 끄덕인다, 4. 신나게 말한다.

이런 특징들을 유지하면서 답변했다.

그래서 그런가, 분명 압박면접으로 유명한 회사라 들었는데 답변 당시엔 대체 뭐가 압박인가 싶었다.

(면접 다 끝나고 복기하면서 아.. 압박이었구나 하고 깨달음)

기본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에 임하니,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길고 자세했다는 점이 걸린다.

자세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질문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질문의 경우 면접관님이 지루해하셨을 것이다.

핵심 위주로, 두괄식으로 이야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번 면접의 가장 큰 소득은 PT면접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지식이 없으면 PT의 퀄리티는 떨어질 테니,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컸던 것이 PT면접이었다.

그러나 이번 면접에서 개인적으로는 PT면접을 가장 잘 봤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식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보니, 자세하게 말하면 자세하게 말할수록 플러스였기에 면접관님이 지루해하실 우려가 가장 적었다.

또 답변을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내가 전날 중점적으로 공부했던 내용들만 나왔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전날 우리 조 학회 발표가 있었는데 우리 조가 발표한 주제가 변형되어 PT면접에 출제되었단 것이다.

산업에서 중요한 이슈였기에 나올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로 나왔을 때 반가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음주 면접에도 PT면접이 포함되어 있다. 큰 걱정 없이 즐겁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면접을 하나 끝내고 나니, 동산 하나를 넘은 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

무엇보다 내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떨지 않고 나답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임을 확인했기에, 마음이 더 쉽게 안정되었다.

이번주에 본 면접은 화상면접이었지만, 다음주는 처음으로 대면 면접을 본다.

조금 더 긴장되긴 하겠지만 뭐가 크게 다를까 싶다.

대면이니까 긴장될 거라고 생각하면 그런 거고, 똑같다고 생각하면 똑같은 거다.



이제 이번 시즌의 '카드'는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주에 본 면접, 그리고 다음주 면접 이렇게 두 기업.

마음이 편하면서 동시에 조금은 불편하고, 사실은 별 생각이 없다.

어디든 붙으면 감사한 거고, 다음주 면접 끝나면 또 서류 쓸 거고,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되겠지.

사람을 극단으로 옭아맬 수도 있는 걱정과 불안은 의외로 이성적이고 단순한 생각 몇 줄로 일단락된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삶의 여건이 꼭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제 어디 떨어졌다고 해도 별 느낌도 없다.

"~에 불합격하셨습니다"

"ㅇㅋ"

내 직업적 욕망을 특정 기업 또는 특정 직무에 고정시켜 놓았다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가 추구하는 삶의 과정을 생각하며 살아서 그런 것 같다.

삶은 잘 풀리든, 잘 풀리지 않든 찬란하다.

그래서 나의 오늘은 찬란하다.



불과 작년 이맘때쯤, 난 굉장히 취약했다.

우는 것이 일상이었고, 멈추지 않는 감정의 파도에서 허우적댔다.

1년 후의 내가 이렇게까지 강해져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작년의 나를 본 사람들은 지금의 나더러 "너 누구냐"라고 말할 정도다.

강함은 담담함에서 오는 것 같다.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굳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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