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사람고민
건강한 관계를 위한 자기정돈
어김없이 돌아왔다. "사람고민 시즌".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성격은 나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다. 그런 내가 시즌이라 일컬을 만큼 주기적으로 사람을 멀리하는 것을 진지하게 숙고할 때가 있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유독 예민해지고, 특정 누군가에게 자꾸 기대고 싶어하고, 사람들을 자꾸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이다. 대개 내 개인적인 삶이 분주하고 벅차서 지쳐 있을 때 이렇게 되는 것 같다. 분주함이 과하면 마음이 흐트러지고,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할 시간이 없으니 일상 자체가 혼란스럽고 힘들어진다. 그게 요즘의 나다.
내 결정에 대한 확신이 없고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사람들에게 기대어 안정감을 누리려 하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에게 과하게 기대하게 된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 내가 생각해도 별것도 아닌 걸로 사람에게 실망하고 부정적인 마음을 품게 되는데 이것은 나에게 유의미한 위험 신호다. 가끔은 유약해진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오늘도 이런 순간이 한번 있었다.
옛날부터 반복된 패턴이기에 어떻게든 끊어야겠다 생각했다. 일단 의사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들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머릿속에 취준과 학교공부와 학회와 고시반 이슈들이 모기떼마냥 산발적으로 앵앵댔다. 이 무질서함은 나만 해소할 수 있다. 일단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보기로 했다. 급한 서류 몇 가지 처리한 후, 앞으로의 취준방향을 설정하고 직무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류 쓴다고 미루고 미루던 경험 정리서를 작성하며 처음으로 내 타겟 직무와 강점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연결해보았다. 이 과정 없이 공고 뜨는대로 닥치는 대로 쓴 것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원하고 탈락하며 배우는 측면도 있지만, 취준 전반에 대해 더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하며 시작할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서 이게 사람고민이랑 무슨 상관이냐. 결국 내 마음과 일상을 정돈하는 것이 고민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어야 타인을 안정감 있게, 부담스럽지 않게 대할 수 있다. 내 삶에 대한 평가나 답 혹은 내 정서적인 안정을 남에게서 구하려고 하는 건 위험한 짓이다. 내 심리적인 기반을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내가 나로서 견고할 때, 내 주변의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오늘 비로소 실감했다. 이번주는 친구들이랑 연락 좀 줄이고 단단해지는 시간으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