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by 배종영

마을 청년들이 양수기를 들고 와서

논물 대던 좁은 저수지를 비워내고 있었다.

어젯밤에 있었던 실족을 찾는 일이었다.


한 반나절이면 저수지는

그 바닥을 내보일 것이지만

그에게도 저렇게 깊은 바닥이 있었을 것이다.


걸음마 전에 기어다녔던 그 바닥을

그는 평생 헤매고 다녔다.

길바닥과 시장바닥을 헤매는 동안

하늘은 늘 그의 발밑에서 푸르렀다.

한 모금 들이키면 드러나는 술잔의 바닥은

켜켜이 침전되어있는 허방이었다.

그에게는 비워진 술병의 바닥만큼

두려운 것도 없었을 것이다.

도무지 맨정신과는 화해하지 못했던

이번 생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두 개의 바닥이 드러났다.

저수지 바닥과 지친 또 다른 한 바닥이

반쯤 묻힌 채 누워 있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그는 한결같이

바닥의 출신을 고집하고 있었지만

그의 옆에선 산 물고기들이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몇 사람이 뛰고 있는 물고기들을 줍는 동안

바닥은 다시 찰박이는 물속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아니, 아수라장의 바닥이

고개를 들고 일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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