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주의보

by 배종영

습설濕雪이 하루 종일 내린다는 말,

참 아득한 말이다

아련한 말이기도 하다.

그럴듯한 빌미로

분주한 세상 약속들 텅 비우고 나면

그 빈자리가 도무지 아늑하듯

묶이지도 않은 것이 저렇게

아득하게 온 마을을 덮을 수 있다.

펄펄 날리는 분간分揀들

소나무들은 감당이라는 무게를

간신히 견디고 있는 중이고

강은 그 많은 눈을 받아내고도 흔적조차 없다.

세상의 적설량들은 모두

강을 피해 쌓인다.

물소리는 오히려 잦아들고

사람의 물품들은 모두

대설 앞에서 간당간당하다.

식어가는 아랫목들은 불안한 눈금이고

목만 내밀어 어렴풋이 턱으로 가리켜도

이쯤과 저쯤으로 추측되는

샛길과 경계들도 한동안 쉴 참인데

공중엔 눈이 쌓이지 않아

새들은 발자국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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