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폭氷瀑

by 배종영

더 낮아질 곳이 없는,

멈춰버린 극저온의 벽

망연히 섰다.

어떤 연속성이 잠시 쉬고 있는 풍경

그 정지한 빙벽에

몇 명의 빙벽등반가들이 매달려 있다.

쉬고 있는 풍경을 간신히 올라가는

저 진행성

극한을 놀고 있다.

사람으로 식물의 연대기에

몇 년을 매달려 있는 등반

얼어붙은 저 깊은 속, 실낱같은 흐름이 있다.

언젠가는 자일이 끊어지듯

흐르는 물줄기 하나 뚝 끊어질지도 모르지만

주렁주렁 달고 있는 등반 장비처럼

코와 입에 매단 생명유지 장치

극한이란 원래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죽지 않으려고 혹은 살지 않으려고

조금씩 간신히 움직인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짐승처럼

저의 속을 끝끝내 봄까지 감추려고

험악하게 얼어있는 빙폭

그러나 가만히 귀 기울이면

갓 녹은 것인지 아니면

얼기 직전인지 모를 물소리 들린다.

아직 맑은 핏줄 하나 살아있다.

가느다란 연속성

어느 날 툭, 멈춰 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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