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무섬마을 내성천의
외나무다리 구경 가서
내 전생의, 얼굴 모르는 원수들
무수히 보고 왔다.
끝 간 데 없이 불거지던 뿔들이
다리 밑 물빛에 어룽대고 있었다.
돌아보면 걸어온 길
어느 것 하나 외나무다리 아닌 것 있었던가.
옛날 우리 할머니,
처녀 적 죽다 살아난 이야기 하실 때마다
등장하던 그 외나무다리처럼
몇 대의 전생으로 이어진 듯한
그 다리 다 건너는 동안 마주친 면면들,
원한쯤은 다 풀렸다는 듯 비켜서서 묵례했다
좁은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나는 족족
나는 온순하게, 혹은 전생에게 속죄하듯
한쪽으로 비켜주곤 했다
물에 빠진다고 해 봐야
기껏 발목이나 적실 깊이,
풀지 못할 원한이 있었다 한들
발목 적시는 일쯤이었던 것을.
모두 다 외발로 걸어온 길이었다.
오래된 바위가 물의 등에 잘게 부스러지면서
흔들리던 그 길을 다 걸어 온 물길
이제 잔잔한 흐름으로 누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