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가두다

by 배종영

사월 지나 오월

물이 죄짓는 철이다

논배미마다 갇힌 물은

신작로를 따라가는 미루나무와

잿빛 구름의

수의를 입고 있다

방향을 잃은 물,

찰진 두렁을 따라 돌다

움푹한 곳마다에서 멈칫거린다.

갇힌 물에서는 급기야

와와蛙蛙거리는 항소抗訴가

첨벙거리며 뛸 것이다.

죄짓는 물은 마침내 체념한 채

미세한 바닥과 수면으로 고요하다.

소리도 없이 물에 고인 나무가 흔들리고

이제 곧 재봉선 같은 초록이

줄을 맞춰 자랄 것이다

갇힌 물,

벼 이삭 머리 내밀면 그제야 풀려난다.

고로 모든 곡식은 속죄의 결과물이라고

폭염이 쩍쩍 갈라진다.

논이나 저수지에 갇힌 물,

물의 죄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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