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산책길 도토리나무 아래
죽은 벌레들, 동그랗게 몸이 말려있다.
살아있는 벌레도 톡, 건드리면
기다란 몸과 무수히 많은
발을 움켜쥐듯 동그랗게 만다.
죽어 보지도 않고
죽은 체하는 벌레들의
생득적(生得的) 행동
생몰(生沒) 이전에 이미 배우고 태어나는 경우라면
그들은 이른바 배운 존재들인 것이다.
미물이라고 칭하는 존재들은
이미 배운 것을 일생 동안 다만 행하다 가는 것이다
다지류(多肢類)들은 하늘 아래
가장 낮은 곳,
땅을 기어 다닌다.
미물은 미물답게 살다 가라는 생득적 교훈을
또 실천하는 중이다.
벌레들에게 틈은 곧 모면이고 생(生)일 것이지만
그 틈조차도 없을 때 죽은 척한다.
척은 늘 반대편에 숨어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가려 한다.
미물들도 그런 척, 안 그런 척에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안다.
가끔 나도 척,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는 척, 젊은 척한다.
사실은 이만큼 살고도 겨우 죽은 척하는
생득(生得)이라는 말
톡톡 건드려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