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 나오는 물

by 배종영

넘치는 일은 종종 있지만

물은 끌려 나오는 존재가 아니어서

낚싯대를 치켜든 사내는

한참 동안 물을 끌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저렇게 큰물이

꼼지락거리는 작은 미끼를 덥석 물고

팽팽하게 낚싯대를 끌어당길 때

물기슭은 안간힘을 쓰며

물을 감아올린다.

아가미가 있는 물은

가끔 물 밖을 물 때도 있는 법,

물의 진정한 포식자는

사실 물 밖이다

물은 물 밖을 물지만

물 밖이 물을 무는 일 또한 종종 있다.

물은 순탄한 길을 갈 땐 온순하지만

때로는 온몸으로 저항하기도 한다.

두 발을 이기는 물은 없지만

온몸을 이기는 물은 많다

입이 없는 물은 숨을 쉬기 위해

아가미들을 키운다.

파도가 치는 일

물비늘들이 겹겹의 소리를 내는 일

그건 파닥거리는 존재로

물들이 껌벅껌벅 숨을 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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