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녁, 벤치 위 노인 하나
영하의 추위처럼 앉아 있다
웅크린 그의 표정은 냉방이다.
그가 가진 확실한 것은 표정뿐이므로
그는 결국 자신의 표정에 입주한 셈이다
표정은 헝클어진 잡동사니들로 늘 비좁다.
밝고 현란한 불빛은 표정 밖에 두고
그는 어둑한 모서리들을 더듬는 듯
텅 빈 눈빛이다
가구처럼 들어앉은 기억들을 들추면
작은 불씨처럼 미지근해지는 아랫목이 있지만
악천후들은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그의 남루는 적어도 혼자서
서너 명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남루 곁에 앉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밝고 즐거웠던 표정들은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가버렸을 것이고
몰래 이사 간 어느 주소를 수소문하는 듯
초점 없는 눈빛엔 팔 차선 도로 건너편
상점의 불빛들만 아련하다.
지나가는 사람들, 어떤 이는 자신의
미래를 본 듯 놀라거나
지나간 과거의 날들인 양 외면이 바쁘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래와 과거들은 오늘도 바쁘다.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어도 그는 내내
같은 표정의 집에서 산다.
저녁이 어스럼이 내려앉고
소주 한 병으로 군불을 지피면
그의 표정에선 오래전 아이 하나가
중얼중얼 놀다 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