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힘

by 배종영

흙탕물 받아놓고 반나절

흐릿하던 탁류는 어느새

바닥에 다 가라앉아 있다

막론(莫論)하고,

낮아져 뭉치는 것들은 힘이 된다.

누군가 저으면 확, 일어나는 그 힘이 된다.

붕붕 뜨는 마음도 한나절 가라앉히면

온갖 오리무중들

무릎을 탁, 치는 해답의 힘이 된다.

힘은 가장 낮은 곳에 있다.

폭풍 속 나무들의 버티는 힘

달리는 자동차들의 마력

아무리 큰 돌도

그 밑에 지렛대 넣으면 들썩이고 만다.

모두 바닥의 힘이 붙들고 있는 것들이다.

바닥이 반란하면 고층도 무너지고 만다.

어머니는 바닥으로 낮아져

붕붕거리며 이탈하려는 나를 지켰다

세상의 낮은 곳으로 눈 쌓이고

물은 흘러가는 힘으로 뭉쳐진다.

낮은 힘으로 아래를 누르고 서 있는 저 탑들도

구름을 계측하고 있지 않은가.

모두가 회피하는 낮은 곳에

굳건히 버티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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