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by 배종영

늦봄 오래된 이발소 앞

나이 지긋한 이발사가 꾸벅꾸벅 존다.

벽에 걸린 액자 속

칠 벗겨진 참새도 함께 졸고 있다.

저이는 끝을 다듬는 사람

무뎌진 가윗날로

쓱싹쓱싹 웃자람을 깎는 사람

미닫이문 앞 화분들도 한가한데

나른한 햇살 면도 중일까.

어떤 햇살엔 따뜻한 날이

제법 날카롭게 서 있다.

어깨를 맞댄 두 짝 미닫이문은

한 백 년 가까이 살아온 노부부 같다.

칠 벗겨진 칸칸마다 햇살,

깜냥만큼 받아들인다.

이발소 바닥은 잘린 웃자람이 너저분해야

성업일 텐데, 얼룩 묻은 햇살 말고는 깔끔하다.

널브러진 끝이 없다.

고양이 속눈썹처럼 왔다가

바닥 가득 졸음이 깔리는 봄

웅크린 채 졸음에 빠진 이발소가

난로 위 주전자 물 끓는 소리에

움찔움찔 어깨를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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