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팻밥

by 배종영

목수는 대패로 밥을 짓는다.

나무로 지은 나무 밥이다

대패아가리에서 쏟아지는 밥 들은

둥글게 몸을 말았다.

마치 나무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화들짝 놀라 또르르 제 몸을 만 것 같은

그 얇은 모양,

그건 어쩌면 참고 있던

나무의 원심력 같은 것일 텐데

목수의 밥도 그와 같은 본성인 것이어서

한 곳에서 오래 견딘 나무의 참을성을

다듬고 또 다듬는 것이다.

순간을 말면서 굴러나오는,

몸속에 쟁여 두었던 사계절을 발라내고

깜짝 놀라곤 했던 천둥소리도, 번갯불 빛도 훑어 낸다.

오랜 세월 차곡차곡 채워 넣었던 것들을

되새김질처럼 토해낸다.

세상에는 너무 얇아서

살아나거나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다.

그건 어떤 갈피를 타자는 속셈 같은 것들이어서

종잇장이나 홀씨들처럼

나무는, 얇은 밥으로 초록을 견디는 것이다.

봄이 오고 얇은 불씨처럼

연둣빛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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