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셨다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서 동백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뒤 어디를 가야 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늘 고민이에요.
특히 우리 동네 어린이 회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은 월요일마다 휴무라서 월요일에는 더욱 막막해요.
지난주에는 하원하면서 즉흥적으로 동네 백화점에 갔어요. 스키복을 고르기 위해서였죠.
엘리베이터를 타니 동백이는 언제나처럼 버튼을 직접 누르겠다고 나섰고, 가장 높은 층을 눌렀어요.
우연히 탑층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발견했어요. 궁금해서 물어보니 ‘산타클로스와 브레멘 음악대’ 공연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어 곧바로 공연 티켓을 구매해 관람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즉흥적인데, MBTI 검사만 하면 J가 나오는 저도 참 신기해요. ㅎㅎ)
뮤지컬을 본다고 하니 동백이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4살 아이에게 50분의 러닝타임은 조금 길었나 봐요.
20~30분이 지나자 몸을 배배 꼬더니 계속 일어나고 싶어 했죠.
공연이 끝난 후에 "재미있었어?"라고 물으니 재미있었다고 하면서도 갑자기 "근데 뮤지컬은 왜 본 거야?"라고 묻더라고요. ㅎㅎ
예전부터 공연 관람을 몇 번 계획했지만,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10분 정도만 볼 수 있는 롯데월드 공연이 지금은 딱인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고 저녁을 먹을 때서야 '어린이집 이벤트로 우리 집에 산타 할아버지가 오신다'라는 것이 생각났어요.
부랴부랴 집에 가려고 하는데, 동백이가 백화점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가겠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어요.
마음이 급한 저는 "오늘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기로 했어! 빨리 집에 가 있어야지!"라며 다그쳤죠.
거짓말까지 보태가며 아이를 겨우 달래 집으로 급하게 돌아왔어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정말로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원어민 선생님이 산타로 분장해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오셨어요.
산타 할아버지가 영어로 말을 걸자 동백이는 긴장한 나머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어요.
우와!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오셨다!
선생님들이 돌아가신 후에는 긴장이 풀렸는지 동백이가 감탄하더군요.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가 오셔서 너무 좋았어!"라며 몇 번이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어요.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을 가지고 한참 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네요.
어제도 어설픈 애미는 좌충우돌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정성 어린 이벤트 덕분에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앞으로 1년도 아이를 타이르고 싶을 때마다 산타 할아버지를 우려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시고, 늦은 시간까지 애써 주신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