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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거절할 수 있는 용기 -2인조, 이석원-

by 피치머니

이석원 작가님의 산문집 '2인조'를 읽으면서 제 성향과 닮은 부분이 많아 읽는 내내 공감했어요. 저도 거절을 잘 못하고,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오히려 관계가 더 불편해지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거든요.


나는 나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는 리트리버처럼. 문제는 이런 성향이 시도 때도 없이 발휘된다는 것인데, 그건 아파서 찾아간 의사 앞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첫 진료 후 병원을 갈 때마다 나는 환자인 나보다 의사의 기분을 맞춰주는 데 더 신경을 썼다. 객관적인 내 상태를 솔직히 말하기보다는 당신 덕분에 이렇게 좋아졌다며 익숙한 연기를 한 것이다. 누가 나 때문에 신경쓰고 실망하는 걸 보느니 차라리 연기를 해서라도 나로 인해 즐겁고 안심하는 모습을 보아야만 마음이 놓이는 내 오랜 습성 때문이었다. -2인조 p20, 이석원-


중요한 건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었어요. 나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고 때로 그 존중은 스스로가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노'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미움받을 것을 두려워하면 어떤 존중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죠. -2인조 p42, 이석원-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이 메시지가 계속 마음에 남아요. 내가 존중받는 사람이 되어야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죠. 그 존중은 결국 ‘거절’할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솔직한 사람이 존경받는다. 착한 것보다 솔직한 것이 더 중요하다.

현승원 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들은 말이 인상 깊었어요.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면 상대는 나의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존중받는 사람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고, 도움을 줄 때도 자신의 상황과 노력을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해요.


거절하지 못하는 태도는 상대에게도 좋지 않아요. 기쁨이나 감사 없이 당연히 여겨지는 도움은 결국 관계를 병들게 하고, 내 마음에도 상처를 남기게 되죠. 그래서 감정이 상하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는 거절할 수 있어야 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주변의 부탁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아졌어요.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거절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내 마음의 불편함을 직시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거절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거절은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도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는 지혜임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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