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서은국

인간은 욕구를 충족하도록 설계된 기계일지도 모른다

by 최준기


도대체 행복에 무슨 기원이 있을까?

처음엔 솔직히 뻔한 얘기를 새롭게 포장한 자기계발서일거라 생각했다.

잠깐 맛만 보자고 펼쳤던 책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이 책은 어설프게 위로하거나 힐링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다.

기존의 행복론을 완전히 깨뜨리면서도,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내세워 설득했다.


나는 오랫동안 행복이란 물질적인 것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하지 않을까?

돈을 아껴서 목돈을 만들고, 그것을 굴려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행복을 가까운 곳에서 찾기보다 멀리, 미래에서 찾으려 애썼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고, 감사일기도 썼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단순히 생존을 위한 욕구가 충족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결국 그렇게 설계된 기계일 뿐이라는 설명이 너무 비인간적으로 들리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먹을 때 쾌감을 느끼지 못하면 음식을 먹을 이유가 없고, 그럼 죽는다.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사냥에서 불리하고, 전쟁에서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성관계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후손을 남길 이유도 사라진다.


즉,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을 조금 더 열심히 추구하도록 ‘행복’이라는 감정이 작동하는 것이다.

행복이란 내면의 신비한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작동 원리였던 셈이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말은 이거였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결국 행복한 사람들은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도인들이 아니다.

그저 작은 즐거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며 웃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바람이 좋으면 잠깐 걸으며 미소 짓는 것.


이 책을 덮으며 느꼈다.

행복은 어떤 거창한 관념이나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지금 내 일상 속에서 ‘작게 자주’ 피어나는 감정이었다는 것을.

그걸 느끼기 위해 생각을 바꾸려고 애쓰는 대신,

그런 환경을 스스로 자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도.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내가 이미 손에 쥐고 있던 일상 속 순간들 속에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마이클 코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