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중심을 지키는 철학 수업
예전에 스토아 철학 책을 읽고 큰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손이 갔다.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현실과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것 같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만큼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문제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을 준다.
우리는 흔히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위로와 공감을 원한다. 물론 그 감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감정에만 갇혀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일이 아닐까? 삶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 흐른다. 그렇다면 빨리 털고 일어날수록 행복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에픽테토스의 말은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 있다.
"물이 엎질러졌다고 슬퍼하지 마라.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너의 물이 엎질러진 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애초에 내 물컵에 큰 관심이 없다.
슬픈 일은 그 자체로 슬픈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슬프다고 정의하기 때문에 슬퍼진다.
관점을 전환하라는 것이다.
어쩌면 ‘정신 승리’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다.
이 사고방식은 요즘 시대와는 조금 어긋나 보이기도 한다.
요즘은 공감과 경청이 중요하지 않던가.
누군가 힘든 일을 겪고 상심해 있을 때 에픽테토스처럼 말한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철학은 사회생활의 지침서라기보다는 내면을 다지는 훈련서에 가깝다.
남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내 안에서 이 논리를 받아들이면 무엇보다 강력한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에픽테토스는 철학자의 길이란 멋지고 인정받는 길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곳에는 명예도, 재물도, 관계도 아무것도 없다.
대신 오직 자유가 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어떤 것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철학자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길을 가는 이들은 평생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