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이라는 배에 탄 작은 선원일 뿐이다
파리를 다녀온 뒤, 내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 남았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느꼈던 자유로움, 거리마다 스며든 예술과 낭만.
그래서 ‘파리의 심리학 카페’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
파리는 신기한 도시다. 철학 카페, 심리학 카페 같은 곳이 인기를 끈다니, 한국이라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책 속 ‘심리학 카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심리 상담을 하고, 음식을 나누고, 낯선 사람들끼리 마음을 털어놓는 곳이다.
누군가는 조용히 듣기만 한다. 그런데도 남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고민이 풀리기도 한다.
이 카페가 10년 만에 누적 방문객 5만 명을 기록한 이유는 바로 이 ‘대화의 힘’ 때문일 것이다.
책은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의 뿌리가 어린 시절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유년기에 부모와 맺은 관계가 인생의 닻이 된다.
그 닻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관계를 맺고, 사랑을 선택한다.
프로이트의 말이 머릿 속에서 오래 맴돌았다.
“우리가 선택하는 사랑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사랑할 대상을 발견하는 일은 이미 결정된 과거의 관계를 재발견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늘 비슷한 친구를 사귀고, 비슷한 연애 패턴을 반복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다가온 문장은 이 한 문장이었다.
“우리는 다른 식으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은 없습니다. 좋은 것만큼이나 안 좋은 것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인생의 규칙입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 - 모드 르안 중에서
안타깝지만, 우리는 인생이라는 배를 이끄는 선장이 아니다.
그저 거대한 배에 타고 있는 작은 선원일 뿐이다.
이 말을 읽는 순간, 오랫동안 해답을 찾지 못했던 마음의 질문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인생이란, 해변가에 서 있는 내 발밑으로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 같지 않을까?
어떤 파도는 시원하게 즐길 수 있지만, 어떤 파도는 거세게 덮쳐 온몸을 젖게 하고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때때로, 그 파도 위에 올라타 서핑을 하듯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 모든 파도가 모여서 인생이라는 바다가 된다.
책 초반부는 강하게 나를 흔들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반복적인 내용이 이어져 약간의 지루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귀한 한 권이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작은 선원일 뿐이다.”
그 문장이 여운처럼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