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악셀 하케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는 최소한의 예의

by 최준기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 있다.

사람들이 점점 무례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

세상에는 혐오가 넘쳐난다. 인터넷 기사 댓글창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이 오히려 가장 저속한 욕설과 비난으로 가득한 경우가 허다하다.


문득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걸까?

욕을 먹는 사람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토록 매섭게 비난하는 걸까?


책의 저자는 사람들이 이렇게 변해가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인간 관계의 주된 채널이 되었다는 것.


둘째, 급변하는 사회경제 환경.


셋째, 사람이 본래 자기중심적이라는 점.



인터넷이 만든 새로운 관계의 방식


왜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우리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만들까?

요즘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보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각종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예전에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를 정하고,

식사나 차를 마시는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헤어졌다.

그게 소통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든 연결되어 있다.

지인들과의 대화는 물론, 불특정 다수의 목소리까지 실시간으로 접한다.


온라인의 공간은 겉보기엔 개인적인 것 같지만, 사실 매우 공개적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를 사적인 공간처럼 인식한다.

타인이 그것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하지 않고 글을 쏟아낸다.


오프라인에서라면 함부로 하지 않을 말,

술자리에서 허공으로 흩어져버릴 농담 같은 이야기도

온라인에서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말에 상처받는다.

하지만 글을 쓴 사람은 앱을 꺼버리면 그만이다.

너무나 손쉽게 관계를 차단하고, 대화를 중단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소통은 사람들의 신경을 점점 날카롭게 만든다.

인터넷에서는 무책임한 발언과 비난, 그리고 그로 인한 분노가 너무나 흔하다.

그리고 우리는 온라인에서 익힌 이 익숙한 소통 방식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들여오고 있다.

그 결과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폭발한다.



불안을 키우는 사회경제 환경


또 하나, 우리의 분노를 부추기는 것은 불안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부동산, 비트코인으로 인생 역전을 하지만

대부분은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건, 새로운 경쟁…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정성이라는 키워드에 과민하게 반응한다.

‘왜 내 몫은 없는가?’

‘왜 저 사람은 혜택을 받고, 나는 받지 못하는가?’


난민 수용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조 파업 같은 이슈가 불거질 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그들’에게 화살을 돌린다.

사실 문제는 극소수 상류층이 대부분의 부를 독점하는 구조에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보다

‘남은 파이 중 내 몫을 확보해야 한다’는 경쟁심에 사로잡힌다.


조금이라도 양보하면, 경쟁에서 밀려나면

내 자리와 기회가 영영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

이 불안이 약자들에게조차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왜 저 사람들은 사회에 무임승차하는가?’

그 결과, 계층 간의 분열은 점점 더 심화된다.



사람은 본래 자기중심적이다


여기에 더해 사람은 타고나기를 자기중심적이다.

이 성향은 온라인 문화, 사회경제적 불안과 맞물려

더 많은 혐오와 증오를 만들어낸다.


악셀 하케는 말한다.

“사람들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할 때, 사회는 비로소 조금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을 바꾸려 하면 불쾌감부터 드러낸다.

각자 살아가기에도 벅찬 시대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타인을 배려하라는 말은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최소한의 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는 깨달았다.

남을 돕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것.

굳이 재미를 위해 남을 비방하지 말자.

말을 아끼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덜 날카로워질 수 있다.


내 인생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요즘,

‘품위’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품위를 조금씩 되찾는 것,

그것이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최소한의 저항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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