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타잔의 이민 이야기 14
미국 지도에 북 대서양 뉴욕만에 통통한 수달의 꼬리를 거처 앞다리쯤 되는 곳에서
안쪽 깊이 들어오면 네모 반드한 곳이 나오는데 매끄럽게 빠진
한쪽 옆 길을 사이에 두고 호텔이 위치해 있어 위에 있는 칵테일바에서 내려다보면 풍경이 근사하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청소업으로 이름을 휘날리는 사람이 P 김이라는 사람인데 사장이다.
보통 키에 마른 체형으로 광대뼈가 툭 튀어나오고,
웃음도 없고 묵묵하게 다닌다. 이따금 웃을 때는 뻐드렁 이가 보여
아마도 그걸 감추려는 의도가 아닌가 추정되었다.
영리한 눈빛을 가진 그는 청소상태를 면밀하게 살펴보는데
얼마나 꼼꼼한지 지나가면서 창틀을 쓱 문질러 먼지가 없나
확인하고 다닐 정도였다.
어느 날 타일 바닥에 끼인 때가 안 닦인다고 하니까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서너 개의 도구를 가져와 직접 시험해 보고
적당한 것을 쥐어주었다. 과히 청소의 신이라 불릴만하였다.
청소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는 문제를 해결하면 씩 웃고 가는 특징이 있다.
그때 뻐드렁이가 나 여기 있소 하면서 말이다.
청소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나와 이원을 빼고는 회관에서
여호와를 모시는 사람들이었다 아 앞에 왕국이 빠졌네.
그도 거기에 속해있어서 충원되는 사람들 대부분이 회관에
다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딸이 둘인 비쩍 말라 키가 겅중한 심 씨,
오십이 훌쩍 넘은 최 씨가 주방을 맡고, 스물두 살 청년 하나가 한 팀으로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이 결근하여 주방팀에서 일하는, 불만으로 입이 퉁퉁 부은 이 씨가 대신 청소를 하게 되었다.
청년이 맡았던 곳은 주로 화장실 담당이었다.
청소가 끝나는 아침 호텔 관계자가 청소상태를 인스펙션 하는데
지적사항은 폴 사장에게 전달되었다.
문제는 이 씨가 청소한 다음날 폴 김이 전체를 불러 모아 문제의 화장실에
집합시키고 지적사항을 이야기해 주었다.
변기 안에 물 내려가는 곳 안쪽에 오줌버캐가 끼어 노랗게 되었고,
화장실용 브러시로 용을 쓰며 닦아도 사기로 된 변기에 들러붙어있는 것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지내다 눈 좋은 인스펙터에 뜨인 것이다.
청소를 맡았던 이원은 억울해서 브러시로 문질러 보면서
저걸 어떻게 닦느냐고 볼멘소리를 하였고,
그걸 지켜보던 폴 김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맨손으로 그것도 손톱으로 긁어내더라.
그 광경을 본 나는 깜짝 놀라 충격에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사장이 맨손으로 그것도 손톱으로 긁어낸다는 것은 상상 초월이었다.
그때 받은 충격으로 미국이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데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정신을 바짝 차리 게 되었다.
한국 같으면 사장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난 그때 받은 충격으로 미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졌고,
어영부영 대충대충이란 단어를 머리에서 지웠다.
미국에 살면서 두 번의 충격적인 상황이 있었는데,
이것이 첫 번째이고 한참을 지나 두 번째는 엘에이에서 겪었다.
두 가지 일로 기존의 내 가치관은 산산이 부서지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그리고 가치 있게 사는 지를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미스터 불만 이원은 도저히 못하겠다며 빗자루를 집어던지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