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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타쟌 Sep 14. 2024

 이너하버 3

시애틀 타잔의 이민 이야기 13


신에 대한 공경을 오체투지로 불살라 무릎관절이 부서지고 깨지는

티베트 라마교의 승려처럼 호텔일은 여간고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더라는 거였다.


땀 빠지게 혹은 이것저것 빠지게 청소하였지만, 채소가게처럼 심장이 떨릴 일은 없었다.

누가 청소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 것이며 관심이나 있겠는가?

간혹 유니폼 입은 정규 직원이 하이 하며 지나갈 뿐이어서

비정규직인 나는 만국 공통 언어인 살짝 미소로 응대하면 될 것이라,

언어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었다.




가끔 눈웃음치는 채소가게 주인이 생각나면 대걸레 자루를 꽉 움켜쥐고

걸레를 물통에 처박는 것으로 눈웃음의 잔영을 쫓아내었다.


그럼에도 생태찌개는 못 잊겠더라. 

지금도 칼칼한 바람이 불고 옷깃을 세울 때면 그 생태찌개가 떠오른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산골소년이 된 나는

생태찌개가 소녀요 소녀가 생태찌개였다.


호텔 청소팀은 나를 포함 다섯이었다. 

나와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주방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밤중에 점심을 먹을 때 보면 기름때 없애려 염산을 얼마나 썼는지 

성냥을 그을 때  나는 황 타는 냄새와 오줌 지린내가 섞인듯한 냄새가 났다.


매일같이 후드 필터를 내려서 닦아야 되는 

그들의 손은 물에 팅팅 불어서 살색이 아닌 하얗게 변했다.

콜타르 같은 검은 기름때가 이마며 콧등에 볼에 내려앉아 


한상에서 먹을라치면 비위 약한 사람은 욕지기가 나올 판이었다.

고된 삶의 현장은 그야말로 무간지옥 가는 길의 초입 정도 될 거였다.  

닦고 문지르고 탈탈 털어서 반짝반짝하게 빛을 내면,

수라간 숙수 같은 요리사가  손님들 바가지를 씌울 생각에 신이 나서 음식을 만든다.


그렇게 밥장사하는 것이 호텔  청소하는 사람, 음식 만드는 사람

그걸 손님 코앞에 진상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있어야 되는 거였다.

바가지 씌울 당위성이 거기 있는 거였다.

팀원 중 한 명 중 LW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서울에서 건설업을 하다가 홀랑 들어먹고 왔다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혼한 아내와 아들 하나를 남겨두고 도망치듯 미국에 왔단다.

밥 먹을 때는 대충 씻고라도 왔으면 좋으련만 그는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눈살이 찌푸려지곤 했다.


먹는 것도 어찌나 게걸스럽게 먹는지 먹을 땐 입 좀 다물고 먹어야 하는데,

볼때기가 터져라 밀어 넣고 씹는데 음식이 삐져나오질 않나 흘리질 않나

가관인 것은 음식을 넣은 상태에서 말을 하는데 미치겠더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말 중에 "그놈 참 소담스럽게 먹는다"


"복 들어가게 먹는다" 소릴 많이 들었다.

다만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입을 닫고 삼키기 전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쌍둥이 놈들 한테도 어려서부터 가르쳤다.

음식이 입에 있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여럿이 먹을 때는 조심하고 특히 어른들과 먹을 때는 말을 시킬 경우가 있으니 

한꺼번에 많이 집지 말고 조금씩 넣고 먹어라. 

그래야 얼른 삼키고 입안을 비운 상태에서 답을 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주위에 이런 사람들 의외로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거울을 앞에 놓고 


자신이 밥 먹는 모습을 보시기 바란다.

음식이 있는 상태에서 말도 해보라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그런 그는 늘 불만족하여 인상도 주름 투성이 불독을 보는듯하였다. 

자기가 이런 데서 청소나 할 사람이 아니다.

서울에 이층 집이 있었다.

자가용도 소나타를 타고 다녔다.

자랑이 히말라야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는 듯하였다.


죽은 아들 고추를 만져 봐야 어쩔 것인가? 이미 식었는데 만져서 무엇하리

서기를 하나 따땃해 지길 하나 다 부질없는 짓이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잘 나가던 왕년은 왕년일 뿐인데

그는 그렇게 불만 가득한 주둥이를 내밀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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