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블러바드 3
크렌샤워 블러바드에 위치한 낡고 오래된 이층 집,
아래층은 선교한다고 떠돌아다니는 한량 같은
목사와 재봉질하는 사모가 살고 있었다.
이층은 벌집처럼 개조한 다섯 개의 방이 촘촘히 이어져 있었다.
그중 한 곳이 내가 기거할 곳이었는데
언제 깔아놓은 카펫인지 오랫동안 깎지 않은 털북숭이 양 같았다.
때 자국이 듬성듬성, 빨지 않은 행주 썩는 냄새가
코를 움켜쥐게 하였다.
앉으면 삐걱대는 침대가 와들거리며 떨었고, 매트리스엔 얼룩으로 대동여지도를
그렸다. 엔틱 샵에서나 어울릴 손잡이도 빠지고
칠도 벗겨진 옷장이 방 한구석에 우두커니 자리하고 있었다.
다행인지 방 옆에는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간이 부엌이 있어
밥과 라면 정도는 해 먹을 수 있겠더라.
그거라도 감지덕지 서둘러 계약을 하고 얼음 파는 사장을 만나러 갔다.
올림픽과 버몬트 코너에 자리 잡은 이층짜리 상가
유명한 순두부 식당이 아래에 있고 이층 구석에
늙은이들 여럿이 마작과 화투를 하는데 오소리를
잡아도 좋을 만큼 담배연기가 자욱하였다.
육십쯤 되었을 기골이 장대하고 눈 코 입이 큼지막하고
얼굴이 군데군데 얽은 곰보 사내가 인사를 받는데
습관인지 두툼한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더라.
깔보듯 내려보는 눈초리가 기분을 상하게 했지만 어쩌랴
난 죄인처럼 두 손을 앞에 모으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몇 살이냐?
미국에 언제 왔느냐?
가족은 어떻게 되냐?
고향은 어디냐?
사는 곳은 어디냐?
마지막으로 영주권은 있느냐?
이미 다 알고 나를 보자 했는데 그는 마치 확인사살 하듯
나의 약점을 찌르고 들어왔다.
영주권 이 없다고 하자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더라.
언제부터 일 할 거냐고 물어 이사 날짜에 맞추어 열흘의
말미를 주고 에너하임으로 내려왔다.
세 들어 살던 곳에 사정을 말하니 알았다고 한다.
문제는 아리랑 마켓이었다.
저간의 사정을 말했더니
해군 선배 지사장은 펄쩍 뛰었다.
농담하지 말라며 웃기까지 했다.
나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차리고 지사장은 사정까지 하였다.
그동안 봐준 편의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미안했다.
해군 출신이란 끈 하나로 동기간처럼 대해준 사장에겐 못 할 짓인 것 같아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되돌릴 수 없다고 느꼈는지 그는 아쉬움은 뒤로 미루고
인수인계를 잘 좀 부탁한다고 한다.
그동안 마켓에서 겪었던 일들을 항목별로 요약해서
떠나기 직전 전해주었다.
항목 중엔 재고관리와 도둑 예방에 관한 것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