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렌샤워 블루스 4
마침내 가게들이 불에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렸다.
TV 에선 그 아비귀환의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로
가감 없이 전달되어 보는 사람들의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늘을 찌르며 올라선 빌딩이 가득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가없다.
벌건 대낮에 복면도 하지 않은 검은 도둑들이
한인상점의 옆구리를 뚫고
약탈한 물건을 일개미처럼 날랐다.
신발을 감쌌던 습자지 같은 하얀 종이가 눈처럼 날리고
리커스토어( 알코올 도수 가 높은 술을 파는 상점)에서는
양손에 술병을 들고 분홍빛 잇몸을 드러내고 히히거리며 거리를 달렸다.
그로서리(식료품 및 생활용품 따위를 파는 곳)에서는 과자며 물이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날랐다.
전자제품을 파는 곳에선 뜯지도 않은 제품을
카트에 양손에 머리에 어깨에 밀고 들고 이고 메고 달렸다.
심지어 어떤 강도는 유모차를 동원 식식대며 달려가기도 하였다.
할머니와 아버지 엄마 아들 딸 일가족이 동원된 모습도 많이 보였다.
자식에게 손주들에게 먹잇감을 어떻게 취하는지 알려주는
밀림의 맹수들처럼 그렇게 도시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참담한 광경에 난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뜨거웠던 광풍이 아직도 매캐한 연기와 함께 거리를 삼키듯 불던 광란의 풍경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지금도 3D 영상처럼 다가와 심장을 벌렁거리게 한다.
크렌샤워 식구들도 가게를 잠그고 출근도 미루고
TV 앞에서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던 중 아래층에서 주인집 한량목사가 올라왔다.
우리도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고
하여 서로가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데
한량목사가 하는 말이 무장을 하잔다.
놀란 우리는 무엇으로?라고 눈으로 묻는데
회심의 미소를 짓던 목사가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는데
우리 모두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을 쳤다.
그런데 내놓은 물건은 서부시대 활극에나 나옴직한
구닥다리 총에 총알은 달랑 2개 그것을 의기양양과 함께
탁자에 올려놓았다.
목사와 권총도 어색하지만 무엇보다도 박물관에나 어울릴
권총으로 뭘 어쩌겠는가?
UDT 출신 해군 선배는 씩 웃고 나머진 어이없어 헛웃음을 치는데
한량목사는 양 떼를 지키는 목자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