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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Nov 26. 2022

아이슬란드#4: 오로라 '헌팅'을 가다

오로라는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보인다?

둘째 날 저녁. 긴 시간 운전과 바람과 추위에 지쳐 숙소로 돌아와 비엔나에서 가져온 햇반, 3분 카레, 김치, 컵라면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고는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하루 종일 날이 맑은 터라 아침에 길을 나설 때부터 온 신경이 오로라에 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미 몸은 지친 상태. 나의 뇌는 몸에게 '쉬어라. 내일 아침에는 3시간 빙하 트래킹도 있고, 거기까지 가는데만 1시간 반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쉴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나의 몸은, 나의 손가락은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며 오로라 예보와 제보를 연신 확인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로라 헌팅은 시작되었다.


아이슬란드 오로라는 게으른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라 여행을 계획할 때는 노르웨이 트롬쇠, 핀란드 로바니에미, 아이슬란드 어디를 가더라도 오로라 성수기에는 그냥 숙소 마당에만 나가도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줄로만 알았다. 노르웨이 트롬쇠는 그런지 몰라도 적어도 아이슬란드 오로라는 게으른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는 나름대로 한 국가라서 오로라가 국지적으로 나타나지 나라 전체에 걸쳐 오로라가 나타나는 경우가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로라를 헌팅하러 나서야 한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꽃보다 청춘'팀도 오로라를 본 날 밤새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서듯이 숙소를 나가서 하늘을 확인하곤 했고, 오로라를 발견한 순간부터 차를 몰고는 오로라가 이동하는 곳으로 액셀을 밟았던 기억이 있다. 그랬다. 그냥 숙소 앞마당에서 편하게 하늘 보면서 오로라를 만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오로라 '헌팅'을 떠난다.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헌팅을 위한 여행 전 준비사항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헌팅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요약될 것 같다. 하나는 차를 렌트한 경우 오로라 예보와 제보를 따라 운전해 가면 된다. 아니면 레이캬비크에서 매일 밤 출발하는 오로라 헌팅 투어가 있다. 신기한 것은 투어를 하고 허탕을 치면 무료로 한번 더 투어를 할 수 있도록 배려준다. Guide to Iceland에 가면 여러 가지 액티비티를 선택할 수 있다. 오로라 헌팅 투어는 일인당 50유로 내외이고, 보트 투어는 85유로 내외이다.


오로라 헌팅기

둘째 날 저녁을 먹은 후 소파에 누워 오로라 맵을 예의주시 했다. 노르웨이, 핀란드 북쪽은 오로라가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이슬란드는 아직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 때문인지 오로라는 점점 더 서쪽으로 이동하며 아이슬란드 상공까지 오기 전까지는 특별한 기대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슬란드 상공을 연두색의 동그라미가 채우자 그때부터는 오로라 제보를 확인했다.


이미 지나왔던 셀포스에서 오로라를 봤다는 제보가 있었다. 그런데 이미 두 시간 반 넘게 운전해 온 터라 다시 그 길을 거슬러 갈 정도의 의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음 날 빙하 트래킹을 갈 스카프 타펠에 오로라가 나타났다는 제보를 보고는 번쩍 잠이 깨며 오로라 사냥을 갈 의지가 불타올랐다. 편도 한 시간 반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길로 운전해 갔다.


그런데 오로라는 소위 '춤을 추며' 이동하지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내가 운전해서 갈 한 시간 반 동안 나를 기다려 줄리 만무하다. 역시나 예상대로 오로라는 없었다. 주변에 사람들 마저도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오로라와 마주한 순간

차를 돌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어느 도시의 불빛 위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눈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도시의 불빛이 하늘에 비친 것이려니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시나브로 푸른 기운이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폰 야간 모드로 그 푸른 기운의 사진을 찍어보니 이게 어인 일인가. 연두색 기운이 완연한 긴 띠가 선명하게 보였다. 오로라였다. 그렇게 내 인생 처음으로 오로라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어느 여행보다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그 길로 차를 더 달려 도시의 빛이 방해가 되지 않을 곳으로 갔다. 그렇게 이동하는 시간에 오로라는 나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점점 더 색이 진해져 왔다. 차를 멈추고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 속에 서자 오로라는 이제 춤추기까지 시작한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오로라의 기억

오로라는 과학의 관점에서는 그저 자연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저 과학의 언어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하고 입으로는 연신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신비한 존재. 무언가 그 순간만큼은 거짓 없는 순수한 영혼으로 돌아가 모든 고뇌와 번민을 잊게 만드는 촉매. 모든 것을 잊고 단 하나, 오로라가 주는 경이에 몰입하게 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 그 모든 기억들이 이제는 오로라와 엮이는 순간이다. 무엇을 주더라도 아깝지 않고, 무엇을 하더라도 힘들다 불평하지 않게 만들 영적 능력. 그것이 나의 오로라다.


말이 길었다. 내가 아는 이 세상의 어떤 수식어로도 그 느낌을 정확하게 풀어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그것이 오로라다. 그렇게 오로라는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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