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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Jan 24. 2023

'사계' 작곡가 비발디가 살던 곳: 자허호텔

자허카페를 들리면 자허호텔 한 켠에 비발디 기념비도 찾아보자

* 출처: 위키피디아


"Hier Wohnte im Jahre 1741 der Grosse Komponist

Antonio Vivaldi,

* 4.3.1678 in Venedig +28.7.1741 in Wien

Gewidmet vom

Orchester und Professorenverband der Technischen Universitat Wien"


자허호텔 한 벽면에 붙어 있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기념비에 적힌 문구이다.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빌어 해석하자면,

" 위대한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가 1741년에 여기에 살았습니다.

1678년 3월 3일에 베네치아에서 태어났고, 1741년 7월 28일에 비엔나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비엔나 공대 오케스트라와 교수협의회가 헌정했습니다."이다.


이 비발디 기념비는 오페라 하우스를 등지고 자허호텔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오른쪽 모서리 근처 벽에 붙어 있다. 정확히는 자허카페 ECK의 유리창 앞에 있다. 가볍고 경쾌하면서 봄이 옴을 알려주는 듯한 선율의 '딴딴딴 따라단. 딴딴딴 따라단. 따라 따라라따따따라라'라는 봄의 첫 악장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에 뇌리에 콕 박히는 '사계'를 작곡한 비발디의 이름을 모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즈음되면 왜 비발디가 자허 호텔에서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나도 똑같은 의문이 들었고 자연스레 인터넷 서치를 하게 되었다. 결론은 비발디가 베니스에서 비엔나로 왔던 시기에 자허 호텔은 호텔이 아니라 그냥 일반 거주용 건물이었던 듯하다. 비발디가 사망한 이후 그가 살던 집은 허물어지고, 호텔 자허 부지의 일부가 들어섰다고 한다.


자허 카페에 자허토르테와 아인슈패너를 마시러 가면 비발디 기념패도 한번 확인해 보고 사계를 잠시나마 흥얼거릴 여유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잠깐 비발디의 생애를 알아보자.

안토니오 루치오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는 1678년 3월 4일, 베네치아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인 산 마르코 성당의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베네치아의 성직자이면서, 작곡가, 바이올린 연주가였는데, '붉은 머리의 사제' (il Prete Rosso)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지 않아 미사보다는 작곡이나 성가대 업무를 주로 보았다고 한다.


비발디는 1703년부터 1740년까지 베네치아의 여자 고아원 겸 음악학교였던 피에타 고아원에 근무했고, 1716년에는 피에타 고아원 밴드부의 합주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 후 비발디는 자작 오페라를 상연하기 이해 이탈리아 각지를 순회하기도 하고, 비엔나, 암스테르담 등으로 옮겨 다녔다. 그러다가 당시 합스부르크왕가의 카를 6세의 후원을 받으러 1741년에 비엔나로 갔지만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사망했다.


그의 작곡가로서의 삶은 그렇게 화려하지도 평탄하지도 않았지만, '사계'라는 작품은 지금도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멜로디로 남아 있으니 그의 삶을 평가하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긴다.


참고로 1,4호선 U-Bahn역에 위치한 Karls Kirche에서는 매주 두 번의 공연을 한다. 하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장송곡)이고, 다른 하나는 비발디의 사계이다. A석 기준으로 50유로 정도이고, B석 제일 앞 줄은 A석과 다름없으니 각자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중세 교회 안에서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비발디의 사계를 듣는 것도 비엔나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참고로 A석, B석은 자리마다 방석을 비치해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공연이지만, 교회 미사를 보는 의자에서의 한 시간반은 엉덩이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만은 아닐 수 있으니 개인의 취향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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