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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Nov 21. 2022

인터스텔라 행성으로 우주여행을 가다?

스카프타펠 빙하 트래킹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여행지마다 다르고, 여행자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가는 도시마다 중세 올드 타운을 걸어보는 여행은 마치 세계사 책에서만 보던 중세 유럽인들의 삶이 어떠했을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모티프가 되기 때문에 좋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 여행이 쌓이다 보면 무언가 색다른 걸 찾게 된다. 자연을 즐기는 여행도 그중 하나지만, 또 다른 색다름의 하나는 체험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스위스 융프라우, 인터라켄을 떠올리면 아이거 북벽, 알레취 빙하, 뮈렌의 통나무, 라우터브루넨의 폭포가 제일 먼저 떠오르겠지만, 스위스 여행의 기억 속에 있는 장면 하나는 분명 피르스트에서 집라인 타고, 산악바이크와 자전거를 탄 기억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체험 중에서 나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본 지구의 풍경이 아니라 믿었던 곳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빙하 트래킹을 갔다.


아이슬란드 여행 셋째 날이다. 전날 밤에 오로라와 마주한 감동을 잠시 마음 한 켠에 저장해 두고는 다음 날 또 한 시간 반을 달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인 바트나요쿨의 남쪽 면에 있는 스카프타펠로 갔다. 3시간짜리, 6시간짜리 트래킹 프로그램이 있는데, 6시간은 너무 힘들 것 같고 아직 오늘도 다이아몬드 비치, 요쿨 살론까지 갔다가 다시 6시간을 달려 레이캬비크로 돌아가는 일정이라 3시간 트래킹을 선택했다. 6시간 트래킹은 얼음동굴도 가고 한다지만, 6시간 내내 빙하를 보며 걷는 것은 오히려 단조로움에 쉽게 지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정보를 거의 다 망라하고 있는 Guide to Iceland 사이트에서 평점과 체험자 수를 보고 트롤(Troll)이란 업체에 예약했다.


아침 10시에 스카프타펠 여행자 안내소에 집합하면, 안전모, 아이젠, 안전띠, 그리고 지팡이 같은 것을 나눠준다. 많이 쓴 반면 세탁을 자주 안 해서 그런지 안전모에서는 코를 찌르는 땀냄새가 진동한다.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트래킹 신청자들에게 장비를 다 나눠주고 안전 수칙을 간단히 설명한 후 업체가 제공한 차량에 오르면 약 15분 정도를 달려 빙하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갈 수 있다. 3월의 아이슬란드인데도 입고 갔던 패팅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날씨가 훈훈했다. 아마 3시간 동안 걸으면서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인 듯하다. 버스에 내려서 걷다 보면 저 멀리 푸르스름한 색의 빙하가 마치 파도처럼 흘려내려오는 듯한 풍광을 볼 수 있다. 인터스텔라에서 봤던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저 푸른빛 빙하 속으로 들어간다.




한 15분 여를 걸어 본격적으로 빙하 지대로 올라서면 모두가 아이젠을 차고 가이드의 안전수칙을 다시 듣는다. 혹여 크레바스를 잘못 디뎌 안전사고라도 나면 큰 일이기 때문에 가이드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 수칙 중 기억나는 것은 '가이드가 간 길을 따라간다', '얼음이 얼어있는 곳은 발을 디뎌도 되지만 눈으로 덮인 곳은 밟고 지나가지 않는다', '대열을 따라 이동한다' 등이었다.

내가 속한 팀을 안내하는 가이드는 폴란드 출신 여성이었는데, 아이슬란드에 와서 빙하 트래킹 가이드를 하고 있다고 했다. 표정이나 체형이 다부져 보인다. 그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의지도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같은 팀 중에는 멕시코에서 온 가족 여행팀, 말레이시아 신혼부부, 독일 커플 등이 있어 소위 다국적군이다.

그렇게 우리 팀은 한 줄로 열을 빙하 속으로 들어갔다.




빙하를 걷는 것은 아이젠이 있어 그런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물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아이젠으로 바닥을 콕콕 찍으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아 조금 답답하기는 하다. 그러나 언제 빙하 위를 트래킹해 보랴 하는 마음이 들면 그 순간이 내게 허락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빙하는 얼음 결정체라서 그런지 투명하기보다는 연한 파스텔 톤의 푸른빛이 도는 얼음 덩어리이다. 그 빛깔이 시리도록 곱다.


인터스텔라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고, 구글 이미지의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우주복을 입고 외계 행성을 걷고 있다고 계속 최면을 걸어본다. 그 상상은 조금은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익숙하게 살던 세상이 아닌 느낌. 주변을 둘러봐도 나무나 풀 한 포기 볼 수 없는, 푸른 빙하와 간간히 빙하를 덮고 있는 새하얀 눈. 그것이 전부인 색다른 곳이다.


군데군데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구멍들이 있다. 한번 빠져 들어가면 나오기 어려울 미지의 공간. 중간중간 크레바스는 저렇게 생겼고, 에베레스트산 같은 곳을 정복하려고 오르는 사람들을 그대로 영원 속으로 잠재우던 곳이라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그 빙하 위에서 인생 샷이라고 건질 세라 팀원들에게 부탁해서 몇 컷 남겼다.


3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의 어드벤처를 하고 다시 하산한다. 하산할 때는 무게중심 때문에 몸을 살짝 뒤로 누인 채 내려가게 된다.


내려오는 길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무언가 한 장면이라도 더 눈에 담고, 한 장이라도 사진을 더 찍고 싶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렇게 세 시간의 인터스텔라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음 행선지인 다이아몬드 비치로 간다.


예약 팁!
아이슬란드 여행 관련 모든 예약은 Guide to Iceland에서 할 수 있다. 렌터카, 체험, 가이드 투어 등 모두 가능하다. 또한 상당히 유용한 여행 팁도 많이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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