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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상징, 바벨탑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서 브뤼게의 '바벨탑'을 만나자

by 비엔나 보물찾기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화가는 브뤼게(브뤼헐)이다. 조선시대 김홍도와 같이 서민들의 삶을 주제로 그림을 주로 그린 화가이다. 그런데 그가 '바벨탑'이라는 그의 화풍과는 다른 작품을 그렸다. 사람들의 삶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다. 이 그림은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을 소개하는 브로슈어에 단골 대표 작품으로 등장한다.


이 바벨탑의 배경은 16세기 네덜란드 안트베르펜인데, 당시 안트베르펜은 금융과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수도 브뤼셀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 중 하나였다. 1,569년 당시 안트베르펜의 인구는 9만 명인데, 그중 화가가 250명 중 한 명일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르네상스가 꽃핀 피렌체에서도 따지고 보면 메디치가라는 가문에서 예술가들을 경제적으로 후원했기 때문에 르네상스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브뤼게는 안트베르펜의 젖줄 스헬데강 가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솟구치기만 하던, 그러다가 곧 허물어지는 운명을 맞게 된 바벨탑을 그린다.


브뤼게의 바벨탑은 구약성서의 내용에 바탕을 둔 것은 다들 알고 있음직 하다. 인간들이 하늘에 닿으려고 탑을 쌓기 시작했는데, 인간의 그 과한 욕망을 우려해서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인간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언어를 다르게 해서 여러 땅으로 흩어 뿌렸다는 내용이다.


바벨탑을 보면 무언가 이상한 점이 눈에 바로 들어온다. 바벨탑이 똑바르게 서 있지 않고, 왼쪽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다. 마치 곧 무너질 듯 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탑의 기울어진 축이 바로 비뚤어진 인간의 욕망 자체를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마치 브뤼게가 로마를 여행한 것처럼 바벨탑의 모양은 콜로세움과 비슷한다. 아마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콜로세움의 한 면이 깨져 마치 단면도를 보는 듯 한 느낌까지 비슷하다.


왼쪽 아래 한 무리 창을 든 사람들의 경호를 받으며 왕관을 쓴 사람이 보인다. 성경에서 바벨탑 건축을 명한 니므롯 왕이라고 하는데 당시 정치, 종교 지도자들을 상징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 앞에는 무언가 잘못한 듯 용서를 비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


그리고 성을 쌓고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석공들은 열심히 돌을 깨고 있고 어떤 이는 사다리 위로 무언가를 나르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누워서 하늘을 보며 빈둥대는 사람, 바지를 내리고 볼 일을 보는 사람도 있다. 브뤼게의 전형적인,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그림에 투영한 화풍이 아닐까 싶다.


브뤼게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성서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을 잠재우고 겸허해 지라는 일종의 경고는 그 당시나 오늘날이나 인간 군상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아직도 명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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