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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우강에서 수영하기?

격식을 차리지 않는 실용적인 민족의 기품을 느끼다

by 비엔나 보물찾기

우리는 여름에 물놀이를 즐기려면 해수욕장을 찾아 떠나거나, 적어도 수영장 정도는 가야 한다. 물론 계곡으로 가서 발을 담그는 수준으로 물놀이를 대신하기도 한다. 살짝 번거롭기까지 하다. 수영복, 먹을거리 등을 바리바리 싸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비엔나 로컬들은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이고 편안해 보인다. 여름에 날이라도 더울라치면 수영복에 커다란 수건 하나 챙겨서 도나우 강변으로 간다. 그 강변에는 식당도 없다. 탈의실도 없고,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안전 요원은 더더구나 찾아볼 수 없다. 말 그대로 강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저마다 도나우강으로 나와 수영을 한다.


저마다 타고 온 자전거도 뉘어 놓고는 큰 타월 한 장 바닥에 깔고 누워 선탠을 한다. 그러다가 더우면 바로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즐긴다. 마치 동그란 수박이 물 위에 동동 떠다니는 것처럼 사람들 머리만 강물 위에 보인다.

심지어 남녀 가릴 것 없이 가져온 커다란 타올로 몸을 가리고 수영복을 갈아입기도 하고, 숫제 남들 눈 신경 쓰지 않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선 장면이지만, 어느 새인가 나도 그 문화에 동화된 듯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수영과 스키는 모두들 마스터했는지, 강물에 안전장치나 안전요원이 없이도 강물을 잘도 헤엄쳐 다닌다. 강둑에 누워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 도나우강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삶의 여유'. 그 여유가 참 부럽다.


도나우 강에는 보트를 빌려 탈 수 있으니, 전동 보트를 빌려 도나우 옛강(Alte Donau)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그냥 맥주 한 캔 들고 강둑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서서 카누를 젓는 사람들, 여럿이서 카누 연습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후 한낮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쁜 일정으로 비엔나 시내만 둘러보지 말고, 조금 시간 여유를 갖고 도나우 인젤에서 자전거 빌려 타기, 도나우 강에서 수영이나 선탠 하기를 할 수 있다면, 이미 반쯤은 비엔나의 일부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풍성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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