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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사람의 천국, 오스트리아

자전거 전용길 걸어갈 때는 조심하자

by 비엔나 보물찾기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천국이다. 워낙 기름값도, 주차비도 비싸서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한 시간 주차비가 10유로도 훌쩍 넘었던 것 같다.


여느 유럽도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오스트리아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대부분 보행자 길이 절반, 자전거 길이 절반으로 나뉘어 있다. 자전거는 인도의 절반은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곳은 차도에서 한 차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자전거가 자동차와 같이 좌회전이라도 할라치면 좌회전 가이드 선이 그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처음 비엔나에 가서 인도를 따라 걷는데, 인도와 자전거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해서 자전거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새인가 누군가가 뒤에 와서 차임벨을 신경질적으로 울린다. 놀라서 비켜주면 곱게 가면 좋을 것을 어떤 이들은 독일어로 뭐라뭐라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마치 인종차별을 당하나 싶을 정도로 모욕감이 들 정도이다. 다행히 독일어를 잘못 알아들어서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을 위로라면 위로라고 해야 하나.


오스트리아에서 길 위의 서열을 나름대로 정해 보았다.


어떤 길인지 막론하고 가장 높은 서열은 '자전거 탄 사람'이다. 자전거 탄 사람에게는 사람도, 차도 모두 양보해야 한다. 자전거 탄 사람이 내가 우회전할 때 뒤 쪽에서 오는 지를 세심해 살펴야 하고, 좁은 2차선을 지날 때 옆에 자전거 도로에서 달리는 사람이 혹시나 내 차 쪽으로 넘어지거나 하지 않을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자칫 자전거 탄 사람과 차가 사고라도 나면, 무조건 100% 차주의 책임이라고 들었다.


두 번째 서열은 사람이다. 자전거 탄 사람에게는 뒤지지만, 그래도 차보다는 확실히 서열이 높다.

마지막은 차다. 차는 사람에게도, 자전거 탄 사람에게도 다 밀린다.


유럽, 미국 등 서양 문화는 다 마찬가지지만, 늘 도로에서는 사람이 우선이다. 신호가 있는 횡단보도에서는 차가 우선이지만, 그 외에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 일반 도로에서는 늘 사람이 앞선다. 보행자가 있으면 무조건 차가 멈추어 서야 한다. 가끔은 길을 건너는 사람이 고마움의 표시로 손을 흔들고 웃어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늘 우선이다.


내가 직접 겪은 경험은 아니지만, 심지어 횡단보도 한쪽에 선 사람이 건널 의사표시를 안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해도 일단 우선멈춤 해야 한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우선멈춤 안 해서 신고로 교통위반 범칙금을 낸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해는 된다. 핸드폰을 만지다가도 언제 마음이 바뀌어 길을 건널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 경계를 더 세심하게 하라는 사회 제도의 요구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이 오스트리아를, 유럽 나라들을 선진국이라고 부르게 만드는 선진 문화와 제도가 아닐까. 사회 제도와 사람들의 의식이 함께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그것이 진정 선진국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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