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스트리아 전기, 가스 요금은 어떻게 내나?

매달 내고, 다음 해에 일 년 치를 정산하는 합리적 구조

by 비엔나 보물찾기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 하면, 난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택하고 싶다. 내 선입견이 그런지 몰라도 사회 시스템 자체가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전기 요금이다.


일단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하면 검침원부터 얘기를 풀어가야 한다. 일반 주택은 검침원이,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직원이(신축 아파트는 자동으로 검침이 되지 않을까?) 매달 전기 사용량을 체크하고, 주택용 누진 요금제에 따라 매달 요금이 계산되어 한 달에 한 번씩 전기요금 고지서 또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게 된다. 자동 검침장치(AMI) 보급이 더딘 만큼 아직은 검침원들의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운영된다.


그리고 아파트의 경우 이사라도 갈라치면 관리사무소에서 전기, 가스 사용량을 체크해서 이사 당일까지의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이사 들어오는 사람과 정산하는 진풍경도 다들 머리에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비엔나에서 집을 얻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전기요금은 우리와는 달라서 신기해했던 적이 있다.


일단 검침원이 따로 없다. 아니 없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검침한다는 얘기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집을 빌린 세입자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매달 일정 금액을 전기요금으로 집주인에게 낸다. 아마 전년도 사용량 등이 기준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다가 그다음 해가 되면, 일 년 치 실제 사용량을 확인해서 집주인과 정산을 한다. 이때 실제 사용량에 따라 부과된 요금이 매달 낸 금액의 합보다 적으면 당연히 부족한 만큼 돈을 더 준다. 그러나 반대라면 집주인으로부터 돈을 돌려받는다.


아마 집주인의 경우에도 비엔나 에너지공급회사와 유사한 계약을 맺지 않을까 짐작된다. 회사와 일 년에 한 번 정산한다면 중간에 소위 ‘먹튀’하는 고객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수입이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 실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정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검침하는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최소한의 유지인력은 필요할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본 오스트리아는 사회 시스템이 합리적이다.


전기요금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던 해 겨울에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서 가스 요금이 폭발적으로 올랐다. 그때 옆 방에 있던 일본인 동료가 나한테 들려준 하소연은 이러했다. 자기가 11개월 동안 낸 전기, 가스 요금을 합친 금액보다 12월 한 달 동안 내야 하는 요금이 훨씬 더 많아서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액수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엔나숲 둘레길을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