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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에 나온 유명인사, 샤프베르크산 듀오를 만나다

장크트 볼프강, 샤프베르크산 산장에서 만난 ‘꽃청춘’ 출연 가수 조우

by 비엔나 보물찾기

‘꽃보다 할배’ 시리즈.

여행 예능의 시조새 정도 되는 프로그램인데, 그 이후로 짠내투어, 배틀트립 등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해외여행 컨셉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뒤따라 나온다.

그 꽃보다 할배팀(이순재, 신구, 백일섭, 김용건, 짐꾼 겸 내비게이터 이서진)이 유럽 각지를 돌면서 여행하는 포맷, 그리고 짐꾼 이서진은 영문도 모른 채 방송사와 기획사가 짜고 납치(지갑도 뺏긴다) 되어 하루에 일정액으로 정해진 여행경비로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오는 프로그램. 당시로서는 신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2018년 8월이었던가. 그 꽃할배 팀이 동유럽을 간다. 체코, 오스트리아. 프라하의, 야경, 동화 마을 체스키 크룸로프를 지나 잘츠 카머구트(장크트 볼프강), 비엔나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많은 여정과 볼프강 호숫가에 잡은 에어비앤비와 볼프강 호수. 할배들의 티키타카와 짐꾼 이서진의 요리와 가이드 실력도 재미지만, 가보지 않은 곳의 낯선 풍경을 보는 것 또한 여행 예능의 재미일 것이다. 그 이후로 KBS, EBS에서 하는 세계문명탐험,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보게 되었다.


꽃보다 할배 동유럽 편에서 별 것 아닌데도 눈에 선한 장면이 하나 있었다. 장크트 볼프강에서는 샤프베르크 산을 오르는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어트랙션이 있는데, 이곳에 간다면 꼭 해보라고 추천할 만하다. 기차를 40분여 타고 올라가면 산장(alm)이 하나 있다. 그 안에서 오스트리아 전통 복장을 입고 기타를 치며 오스트리아 민요(?)를 불러주는 할아버지들이 계시다. 방송에서 그분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기억에 있었다. 그 또한 낯선 곳에 가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의 묘미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방송 자막처럼 독특한 창법 때문이었을까 정확치는 않다. 마치 스페인의 플라멩코 춤출 때 옆에서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는 남자의 창법에 닮아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후 2년이 지나 장크트 볼프강을 가게 되었고, 예외 없이 샤프베르크산 산악열차를 타고 잘츠 카머구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와 파노라마 뷰를 보러 올라갔다. 한 30분 여 걷고 나서 출출해진 배를 달래고자 산장에 들어갔더니,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두 할아버지가 자리에 앉아서 귀에 익은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한참을 생각한 후에 2년 전 꽃할배에서 본 장면이 겹쳐졌다. 그 방송에 출연한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방의 민요를 불러주는 그 할아버지 듀오였다.


두 번째 듣는 민요에 대한 감사 표시로 팁을 내고는 노래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허락을 받지 않았기에 초상권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반가운 나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주지 않을까 한다. 두 분이 자리를 뜰 때까지 남아서 흥겨운 민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여행의 맛은 분명 처음 발을 내딛는 낯선 곳을 익숙함으로 만드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여행의 맛은 분명 알고 있고 익숙한 것을 다시 확인하는 재미에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디선가 미국 덴버 공항의 로키산을 본 따 만든 하얀색 봉우리 지붕을 보면 그때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되살아나는 경험. 그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 같다. 여행은 준비하고 직접 가서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돌아오고 나서 작은 실마리 하나로 인해 복습할 수 있는 것도 참 좋다.


연예인 중에 누구는 여행을 가면 꼭 향수를 사서 머무는 동안 그 향수만 뿌리고 온다고 한다. 왜냐하면 돌아오고 나서 그때 그 향수를 뿌리면 그 향수에 얽힌 여행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되살아 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샤프베르크 할아버지 듀오를 보고, 이 브런치 글을 쓸 때의 내 마음이 딱 그런 마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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