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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의 광적인 노천테이블 사랑

덕분에 시원한 에어컨 돌아가는 실내 그늘 자리는 내 차지

by 비엔나 보물찾기


유럽인들의 야외 노천 테이블 사랑은 지극히 병적이다.


대략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정도는 유럽의 맑고 화창한 날씨는 비엔나를 떠나온 지 일 년이 되어도 그립다. 그런 반면 10월부터, 특히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10월 말부터는 우중충하고 흐린 날의 연속. 그 안에 있다 보면 면 해를 잘 보지 못하고, 4시만 되면 해가져서 깜깜해지는 날이 계속되면 우울증까지도 온다고 한다. 유럽에 살다 보면 겨울의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 D를 따로 먹어야 한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햇살에 대한 애착이 어느 지역보다 강한 것 같다. 햇살이강해 선글라스를 끼더라도 늘 야외 테이블이 우선이다. 덕분에 실내 그늘에 익숙한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실내 그늘 자리는 늘 비어 있어 자리 선점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그렇지만, 날이 시리도록 좋을 땐 시내에 가서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나 커피 한잔, 아니면 주황색으로 이쁜 아페롤 한 잔 시켜 놓고는 태블릿으로 뉴스도 보고, 맥으로 글도 써보는 호사를 누려 본다.


야외 테이블. 분명 낭만이 있다. 또한 여유의 대명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를 직접 쬐든 파라솔 밑 그늘에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테이블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신선놀음이다.


그런데 그 야외 테이블 선호는 햇살 좋은 여름날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시사철 일관된다. 겨울에는 오들오들 떨면서 두꺼운 옷을 여러 겹 껴 입고도 야외 테이블을 찾는다. 그나마 기술이 발전되어 비엔나 시내 야외 카페 들은 여름에는 물을 분무해 주는 장치가 있고, 겨울에는 열선을 달아서 난방을 한다. 이 정도면 거의 병적인 집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서울로 돌아온 지금은 그 야외 카페가 그립다.

무엇보다 그 테이블에서 느끼던 여유가 그립고, 다음으로는 미세먼지, 황사, 매연을 신경 쓰지 않는 그 상황이 그립다. 물론 그 속에서 함께 한 사람들도 그립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내 머릿속에 스냅숏처럼 남아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에서 야외 카페에서 마시던 맥주잔과 커피잔. 그 여러 장의 스냅샷들을 꺼내 돌려보면서 '아. 이런 삶도 있었지' 하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또 살아간다.


췌장암으로 한 달 만에 인사도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난 회사 동기 형을 떠나보낸 오늘 하루.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한 자락이 유럽의 야외 카페에까지 닿는다.


아둥바둥하지 말고 여유롭게 삶을 즐기자.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그런 생각의 편린들이 떠오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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