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음을 거부하며(Gegen Das Vergessen)’ 전시회를 보고
“잊음을 거부하며(Gegen Das Vergessen)’ 거리 전시회를 우연히 보다
주말에 비엔나 시내를 여기저기 둘러보다 링 스트라세(Ring Strasse) 길 가에 나이 든 남녀 노인들의 얼굴 사진이 늘어져 있는 전시회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칠 법도 했지만, 혼자서 낯선 도시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날씨도 흐리고 우중충한 날이기도 하고 사진에 담겨 있는 인물들의 표정들이 나를 잡아 세웠다.
영어로 전시회 제목을 번역하면 ‘Against the Forgetting’이다.
처음에는 그냥 나이 든 노인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늙어감’, ‘나이 듦’,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보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구글 번역기가 알려준 사진전의 의미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고차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루이지 토스카노라는 사진작가의 기념 프로젝트로, 오스트리아,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이스라엘, 네덜란드, 벨라루스에서 300명 이상의 나치 박해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냥 사람이 자연적으로 나이 들어 언젠가는 자연인으로서의 모델들도, 또 그들이 겪어야 했던 나치의 박해도 잊힐 테지만, 작가는 그 잊음을 거부하고 나치의 박해라는 역사적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려고 했을 것 같다.
가볍게 본 사진들에 그렇게 깊은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이 담겨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어떻게 나이가 들어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
혼자 주말에 비엔나 시내를 거닐던 터라 시간 여유가 있어 사진에 담긴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살폈다.
어떤 이는 ‘참 곱게 멋지게 나이가 드셨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온하고 신사 숙녀다운 기품을 풍기는가 하면, 또 어떤 분은 세상의 풍파에 지친 듯 이제는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이 한가득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작 그들을 보면서 나는 지금부터 20년 후쯤에는 어떤 모습일까. 스크루지처럼 얼굴에 욕심이 줄줄 흐르는 모습일까, 아니면 ‘그래 이 정도면 잘 살지는 못해도 나름 의미 있는 삶을 살았어’라는 생각으로 가득한 여유 있는 모습일까.
여전히 상상은 잘 안되지만 그래도 후덕하고 인심 좋고 마음씨 좋은 그런 아저씨, 그런 할아버지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은 것에 아등바등하고 나의 것에 집착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