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하우스 옆 카라얀 광장
유럽이 미국보다 더 끌리는 이유
지인들 중에 미국과 유럽 중에서 어느 곳이 좋은지를 물으면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유럽이라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대표적으로는 유럽은 수천 년의 역사가 있어 '스토리텔링'이 되고, 무엇보다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나라들을 다니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비엔나 기준으로 3시간의 원을 그으면 아이슬란드나 카나리 제도 같은 곳을 빼고는 대부분 원 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세계사 책에서 배웠던, 여행 예능과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그 스토리텔링의 소재들을 미리 공부하고,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개인적으로는 바로 유럽을 미국보다 선호하게 된 계기다.
오페라 하우스의 카라얀 광장
여행을 가 보면 대개는 유명하고 대표적인 관광명소를 가게 되고, 시간이 부족해서 그 관광명소 자체에 얽은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을 좀 더 내서 그에 얽힌 디테일들을 보다 보면 또 새로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비엔나의 대표 격 건물 중 하나가 오페라 하우스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파리 바스티유, 런던 로열, 밀라노 라스칼라와 함께 5대 오페라 하우스라고 불린다. 비엔나의 오페라 하우스를 투어 한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오페라 공연 관람, 아니면 근처 알베르티나 미술관 2층의 오페라 하우스 야경 '맛집'에서 사진 찍기일 것이다.
그런데 그 주위를 찬찬히 돌다 보면, 눈에 익은 이름이 들어온다. 헐버트 폰 카라얀.
음악, 특히 클래식은 누구나 아는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브람스 같은 음악 거장들 외에는 문외한인 내가 중학교 때 TV에서 처음 봤던 카라얀의 지휘.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어릴 때의 눈으로 봐도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그 이미지는 강렬했다.
그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태생의 카라얀이 빈 필과 함께 EMI사와 음반을 녹음한 것,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35년간 종신 지휘자로 활동한 것,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오페라 하우스 벽에 붙은 '헐버트 폰 카라얀 광장'이라는 자그마한 표지판 덕분이다.
'사계'의 비발디 발자취
오페라 하우스 뒤에는 유명한 자허 카페와 자허 호텔이 있다. 다들 자허 카페에 가서 자허 토르테와 아인슈패너 또는 멜랑쥐를 먹는 것이 주된 투어이다. 그런데 자허 ECK 카페 창문 옆 벽에는 작은 표지석이 붙어 있다. 안토니오 비발디가 베네치아에서 비엔나로 와서 지냈던 집이 자로 자허 호텔이 생기기 전 이 건물이었다.
그 비발디가 자허 호텔 건물에 살았음을 기념하는 표지석을 보면 자허 카페와 자허 호텔이 비발디의 기억과 연결되면서 더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경험의 고리는 칼스 교회에서 매주 공연하는 비발디의 사계 공연으로 여행객들을 이끌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