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첫째도 보고, 둘째도 보고, 셋째도 보고
보고를 제 때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 처음부터 다시
A는 기획조정실로 실무자급에서 신임 사장 업무보고를 해야 하니 자료 초안을 일주일 이내에 작성해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요청이 왔다는 사실을 과장, 국장, 실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혼자서 초안을 만드느라 나흘을 보냈다. 그로서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상사들이 손을 안 대도 될 정도의 초안이자 완성본을 만든 후 그런 요청이 있었고, 이렇게 작성했다고 보고할 심산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한다. A는 그저 실무자일 뿐 과장, 국장, 실장이 신임 사장에게 보고해야 할 핵심 메시지는 전혀 공유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나흘을 날밤 새면서 자료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A가 만든 자료가 상사들 눈에 들 리가 만무하다. 상사들보다 경험의 폭도 좁고 시야도 좁은 이유로 그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다.
그렇게 A는 나흘간의 수고가 무색하게 새롭게 상사들의 지침을 받아 자료를 작성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A는 보고를 안 했다는 이유로 평판도 나빠지게 되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빠진다.
직장 생활에서 보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과를 새롭게 옮길 때마다 직원들을 모아 놓고 강조하는 몇 가지 얘기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강조하며 부탁하는 것이 바로 보고다.
우리 과의 경계 밖에서 오는 요청이나 지시는 어떤 것이든 보고를 해 달라고 한다. 또한 우리 과에서 생성돼서 우리 과의 경계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 경계를 넘기 전에 보고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실무자가 과장에게 보고를 안 하고 결과물을 넘겨도 무방한 경우에는 자율적으로 처리릴 해도 좋지만, 과장의 확인을 받고 나가야 하는 의사결정들은 빠짐없이 과의 경계를 넘어오는 순간에 보고를 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책임 얘기를 덧붙인다. "만약 나한테 보고가 된 상태에서 무언가 일이 터지면 그건에 대해서는 과장으로서 내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 그러나 나한테 보고를 안 했던 사안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각자의 책임이다"라는 말이다.
결국 보고여부는 정보의 공유를 넘어서 추후 책임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로가 된다. 그런 책임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상사들은 미주알고주알 일과 일의 뒤에서 일어나는 백그라운드에 대해서도 보고해 주는 직원이 이쁘기 마련이다. 이는 인지상정이다.
중간보고를 통해 수요자 맞춤형으로 효율적으로 일하자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중간보고를 잘하는 경우가 많다. 주기적으로 중간중간 일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상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서 이를 다시 업무에 반영하면 큰 수정 없이 상사들의 입맛에 맞춘 보고를 할 수 있다.
내가 그 기업의 사장이라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면 다른 문제지만, 대개의 경우 직장인들은 자신이 아닌 상사들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료와 사례를 찾고, 그에 기반한 실무적인 판단을 상사에게 보고한 후 그들의 결정을 보좌하게 된다.
보고는 영어로 리포팅이다. 내 판단이 들어간 보고서의 고객은 상사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담아야 하지만 결국 나의 얘기를 들어줄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은 상사이므로 상사의 요구와 필요에 맞춰 써야 하는 것이 보고서다. 그 상사 또한 자기의 보고서로 더 높은 상사에게 보고를 해야 할 테니, 그 상사의 생각을 담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중간보고 없이 최종본만 보고하려 마음먹었다면 사례의 B 임원이 한 말을 듣게 될 확률이 높다. 이는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상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다시 보고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수시로 보고하고, 상사의 피드백을 받아 보고서에 반영하는 지혜를 발휘할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 실무자일 때 과장과 단 둘이서만 저녁 회식장소로 이동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차 안에서 과장이 직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누구는 한 사안을 깊이 파는 건 잘하는데 시야가 좁다는 등의 얘기였다. 그 얘기의 끝에 과장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궁금해서 염치 불고하고 나에 대한 평가를 여쭈어 봤다. 그 과장의 평가는 이러했다. "너는 일을 아주 약게(약삭빠르게) 일하는 스타일이다."(이때의 의미는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의미였다), "무언가 일이 생기면 조금 고민한 후에 나한테 와서 문제 상황과 자기의 생각을 보고하면서 결국 나의 생각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 생각을 보고서에 반영해서 가져온다".
그때까지도 나는 그저 신입 때 배웠던 대로 과장에게 시시콜콜 보고하는 버릇이 들어있었을 뿐 그것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인지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는데, 그때가 공식적으로 "아. 내가 수시로 하는 보고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이구나"라는 것을 확인받는 계기였다.
보고하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만 들지 따로 돈 드는 일도 아니니, 상사들에게 보고는 절대 아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