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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티슬라바로의 당일 시간 여행 3

파란 나라로의 여행

by 비엔나 보물찾기


점심도 먹었고 다리도 좀 쉬었으니 이제 힘을 내서 구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간다.

이름하여 '파란 교회'.


정식 명칭은 세인트 엘리자베스 교회다. 미리 찾아볼 때는 파란 교회라고 해서 아주 브라티슬라바만의 독특한 교회라 해서 갔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엔나 근교 뒤른슈타인(사자왕 리처드 1세가 십자군 전쟁에 패하고 돌아가다 이곳 감옥에 갇힌 곳으로 유명하다)에 있는 교회도 파란색이다. 그럼에도 파란 교회는 잊지 못할 인상적인 기억을 주는 것 같다.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그냥 교회가 주는 느낌 만으로도 소위 '엣지'있는 교회로 기억될 것 같다.


내부로는 들어갈 수가 없지만, 문 창살 틈으로 보면 미사보는 의자도 벽면도 모두 하늘색으로 '깔맞춤'한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오스트리아 뒤른슈타인에 있는 파란교회 전경이니 비교해 보자.


마치 누가 많이 걷는지 대결하는 걷기 대회에 참여한 것처럼 이제 도나우강 강을 건넌다. 여기까지는 비엔나 슈베덴플라츠역에 가면 브라티슬라바라는 큰 글씨를 운하 위에 볼 수 있는데, 거기서 유람선을 타면 여기까지 지 강을 따라 여행할 수 있다.


이제 다리가 슬슬 아파오나 또 언제 다시 오랴하는 마음에 걷기를 반복한다.



강을 건너면 넓은 공원이 펼쳐지는 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다. 앉아서 쉬는 동안 든 생각은 '내가 왜 굳이 강을 건너면서까지 걷고 있을까'.


다시 시내 쪽으로 공원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SNP라는 우주선 모양의 큰 전망대가 보인다. 레스토랑도 영업을 한다 하니 우아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들러서 야경을 배경으로 차나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브라티슬라바 성으로 오른다. 차로 문 앞까지 가서 성을 관람하면 되지만 난 뚜벅이를 자처한 터라 계단을 꿋꿋이 오른다.

전체적으로 오래되고 유지보수는 예산 문제로 덜해서 그런지 오래된 도시로의 낡음이 있지만, 그 낡음에서 정취가 느껴진다.


야간에 노출을 많이 하고 찍으면 빛이 줄처럼 이어진 멋진 야경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브라티슬라바 성이다.

성의 크기가 당시 국력을 보여주듯 그 자체로는 나름 웅장하지만 다른 유럽 나라들의 성에 비하면 참 검소하고 소박하다. 벽면에 특별한 문양도 장식도 없이 그냥 밋밋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다시 추밀이다. 걷다 걷다 다시 추밀 동상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돈 모든 시간을 합쳐 한나절. 그만큼 브라티슬라바는 작고 아기자기하다. 그러면서 다른 중세도시에 비해 볼 만한 것들도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가볼 만한 도시라 생각한다.


더운 날씨에 목을 축이자기 보다는 추밀 옆 아이스크림 가게의 이름이 눈에 띄어서 아이스크림 가게에 줄을 선다. 가게 이름은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아이스크림 살 수 있다. You cannot buy happiness, but you can buy ice cream.' 인상적인 문구다. 그래서 맛을 보기로 결심하고는 망고 샤베트를 하나 집어 든다.


이렇게 나의 브라티슬라바로의 시간 여행은 끝나고 비엔나로 돌아오는 기차를 탄다. 아마 애플워치였다면 최소 4만 보는 걸었을 것으로 알려주었겠지만, 유럽에서 처음으로 비엔나를 벗어난 여행으로서 뿌듯함과 무언가를 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하루였다.


첫 글의 제목처럼, 유럽 몇 개국을 다녀왔다고 어깨를 들썩이고 싶다면 한번 들어보기를 추천했지만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짧은 시간을 투입해서 들러볼 만한 나라이자 도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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