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밀이라는 이름의 동상.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동상이다. 뒤에 서 있는 입간판에는 Man at Work라고 적혀 있다. 맨홀 뚜껑을 열고 그 아래에서 작업하다 잠시 신선한 공기도 쐴 겸 팔을 지지하고 턱을 괴며 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좀 전에 작업하다 올라와서 숨을 고르고 있는 느낌을 준다.
미국에서 히스패닉들이 저렴한 임금으로 청소, 마트 캐셔 등 사회 하층의 고된 일을 맡으면서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인 것 처럼, 슬로바키아 사람들도 배관공, 마트 직원 등으로 비엔나에서 일하면서 미국과 같이 저렴한 노동으로 비엔나, 오스트리아의 경제를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생각에 다다르면, 저 추밀 동상은 맨홀 뚜껑 아래 하수도, 전기, 가스와 같은 기간시설들을 관리하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 삶의 무게에 지킨 몸을 잠시 달래고 있는 모습이라 생각하니 그냥 관광 명물로서의 동상처럼은 느껴지지 않는다. 저 모습이 동유럽 다른 나라로, 서유럽으로 일자리와 보다 나은 삶을 찾아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동유럽 사람들의 삶을 상징하는 동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티슬라바 구 시가지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이름하여 '아름다운 나치(schoene Nazzi)' 이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슬픈 것 같으면서도 웃고 있는 얼굴로 모자를 한 손으로 높게 치켜들며 관광객들을 반가이 맞아주고 있다.
19~20세기에 브라티슬라바에 실존했던 인물의 동상이라고 한다. 원래 이름은 이그나즈 라마르(Ignaz Lamar)인데, 광장에서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꽃을 나눠줬다고 한다. 그런데 웃는 얼굴에 보이는 슬픔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결혼 당일날 신부가 멀리 떠나버렸고, 그 돌아오지 않는 신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저 웃음이 웃음처럼 느껴지지 않고 더 큰 슬픔처럼 보이는 것은 왜 일까.
동상이 유명해서 인지 공사 중인 건물 아래 금색 동상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이었다. 마치 동상 같았다. 동상찾기 놀이에 빠져있던 난 기념으로 한 컷 남긴다.
약의 무게를 달던 저울,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병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던 것으로 믿어졌던 뱀. 그리고 녹십자. 영락없는 약국이다. 그리고는 시내 여기저기를 들러본다. 체코에서 많이 봤던 굴뚝빵, 뚜르들로 가게도 보인다. 그 옆에 마법사 보자를 줄줄이 늘어놓은 것은 어떤 연유일까 궁금해 하면서 걷는다.
오전 시내투어를 마치고 구글링을 해 나름 평점이 좋은 슬로박 펍(Slobak Pub)라는 곳에 가서 허기를 달랬다. 직원에게 물어 로컬 맥주로 시켜서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고 로컬 음식을 물어 주문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보는 것에 비해 맛은 있었던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