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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롱룸 도서관이 있다면, 비엔나 왕립도서관이 있다

by 비엔나 보물찾기 Jan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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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에 트리니티 대학. 그 대학의 도서관을 롱룸(long room)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길다. 그 롱룸 도서관은 길이가 65m 정도니 롱룸이라고 불릴만하다. 


이 도서관이 유명해지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하나 있다. '켈스의 서'(The book of Kells)라는 책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켈스의 서'는 라틴어로 구성된 켈트 복음서로 과거 로마에 의해 정복되기 이전까지 영국과 주변을 지배하고 있던 켈트족이 유럽 언어의 뿌리인 라틴어를 읽고 쓸 수 있었으며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민족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의의가 있는 책이다. 


나도 중고등 시절 세계사 시간에 '켈스의 서'라는 것을 배운 기억이 있어 더블린에 갔을 때 꼭 들러보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더블린 도보 가이드 투어 도중에 도서관을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설명만 하고 지나치길래 과감히 그다음 가이드 투어 일정을 포기하고 롱룸 도서관 관람 줄에 섰던 기억이 있다. 


켈리의 서는 흡사 아주 정교한 그림책에 가까웠다.


특별함이 없는 특별함. 그것이 롱룸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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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더블린에는 글로벌하게 유명한 트리니티 대학의 도서관이 있다면, 비엔나에는 왕립 도서관이 있다. 중세 이후 책들을 소장하는 곳은 어딜 가나 느낌은 비슷비슷하다. 아주 두꺼운 양장판 커버로 된 책들이 즐비한 서고는 높다랗다. 사다리로 올라가지 않으면 책을 꺼내거나 꽂을 수 없이 어른 키의 몇 곱절은 되는 서고.


소설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되었다던 멜크 수도원의 도서관도 비슷하다.


흔히 비엔나 관광객들은 호프부르크 왕궁을 가고,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레오폴드 미술관, 오페라 하우스,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 널리 널리 알려진 곳만 간다. 


물론 두 번 세 번 올 수 없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가장 기본을 하는 게 사리에 맞다. 그런데 조금 여유가 된다면 왕립 도서관도 잠깐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입장료도 5유로 내외고 시간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지만 중세 유럽의 도서관이 주는 장엄하고 엄숙한 느낌을 느껴보는 데 쓰는 돈과 시간이라면 그다지 아깝지는 않다.


가장 가운데 있는 동상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아마도 이 바로크식 도서관을 지으라고 주문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누군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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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 시대의 지도다. 왕의 모습으로 로마라고 적은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간 모습이 보인다. 당시 로마 제국의 위용이 어땠을지를 짐작케 하는 고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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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지구본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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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건물 어디를 가나 천장에 프레스코화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프레스코는 프레쉬와 어원이 같다. 석회를 바른 후 마르기 전에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 프레스코화는 볼 때마다 그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고통을 함께 상상하게 된다. 


바티칸 성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를 그렸던 미켈란젤로는 눈으로 떨어지는 물감으로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위로 올려보며 그림을 그려야 했던 기유로 목 디스크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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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도서관의 느낌. 중세 도서관 한가운데서 책을 고르던 왕가의 사람을 상상하면서 천천히 도서관 전경을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긴 여행 가운데 30분 정도의 짬. 그 짬이면 중세 도서관의 풍미(?)를 느끼기 위한 시간 여행으로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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