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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유러피언이 되기 위한 자격, Aperol 즐기기

by 비엔나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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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카페나 식당에 가서 어떤 걸 주문해야 할지 모를 때는 특유의 관찰력으로 주변 테이블들은 어떤 음식을 시키나를 유심히 보게 된다. 아마 다시 오기 힘든 도시, 식당에서 실패를 줄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그럴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짙은 주황색의 칵테일 같은 음료이다. 음료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술이다. 이름하여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 와인 글라스에 얼음 동동 띄우고 레몬이나 오렌지 한 조각 꽂혀 있는 것이 전형적인 아페롤이다.


눈길을 멈추게 만들 정도의 영롱한 오렌지빛은 자연스레 이 음료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기에 딱이다. 나도 처음에 초보 유러피언으로서 아페롤의 존재를 모를 때 직원들과 회식을 하면서 누가 시킨 걸 보고는 도대체 이 음료가 무엇인지를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꼬치꼬치 캐물은 기억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아페르티보(Aperitivo)라고 불리는 아페롤은 '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aperir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말인즉슨 밥 먹기 전에 먹는 식전주라는 의미이다. 실제 알코올 도수가 11도라 식전 음료 정도로 방심하면 안 된다.


술이긴 한데 약초를 넣어서 맛은 약간 씁쓸하다. 마치 오스트리아의 알름 두들러가 약초로 만들어진 탄산수라 첫맛이 씁쓸한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약초에서 나오는 씁쓸한 맛이 우리 몸의 호르몬을 자극해 위액과 침샘을 자극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식전주로 많이들 마신다고 한다.


유럽인들의 아페롤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쨍한 여름에는 더하다. 햇빛이 투과된 아페롤의 오렌지색은 참으로 영롱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베니스에서는 여름에 하루 30만 잔 이상의 아페롤이 소비된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이런 아페롤로 흑역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1919년 베니스 인근의 작은 도시 파도바(Padova)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에서 처음 소개되었으나 2차 대전 이전까지는 특별하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후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위 '사교의 술'로 알려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런 아페롤은 그대로 마시지는 않고 칵테일로 마신다. 스프리츠(Spritz)라는 칵테일로 아페롤을 희석해서 마시는데, 이를 아페롤 스프리츠라고 부른다.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사랑하고, 야외 노천 테이블을 애정하는 유러피언들. 그들에게 아페롤 한잔은 진정 유러피언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 같은 건가 보다.


여행객이지만 진정한 유러피언의 일상을 느껴보고 싶다면 카페나 식당에서 아페롤 스프리츠 한잔 주문해서 마셔보길 권한다.


참고로 마트 같은 곳에서는 10~12유로 정도에 리큐르 한 병을 살 수 있으니, 여행객이라면 와인 한 병 대신 아페롤 한병 쟁여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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